'이미테이션 게임' 속 나치 암호기 '에니그마' 8억원에 낙찰

파리 경매서 예상가 두배에 팔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암호 통신에 사용된 에니그마 M4 암호기. 해당 기계는 2025년 11월 13일 파리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경매에 앞서 전시되었으며, 같은달 18일 같은 장소에서 경매에 부쳐졌다. 2025.11.13.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사용했던 희귀한 암호 장비 '에니그마'가 프랑스 파리 경매에서 작동 가능한 상태로 출품돼 약 50만 유로에 낙찰됐다. 이는 예상가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경매사 크리스티가 19일 밝혔다.

에니그마는 복잡한 키와 로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암호 생성기다. 키보드로 문자를 입력하면 이 기계에서 전혀 다른 암호문을 생성해 준다. 같은 설정을 맞춘 기계만이 암호문을 다시 평문으로 해독할 수 있었다. 이는 독일군의 암호 통신에 활용됐으며, 당시에는 연합군 어떤 정보기관도 풀지 못하는 해독 불가 암호기로 여겨졌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에니그마 M4'는 독일 해군 제독 카를 되니츠가 1941년 잠수함 함대와의 교신을 위해 주문한 고도화된 모델이다. 나무 케이스에 담긴 이 장비는 키보드와 4개의 로터를 갖추고 있으며, 파리에서 익명의 구매자에게 48만2600유로(약 8억1700만원)에 낙찰됐다. 이전 소유자는 프랑스의 한 수집가였다.

에니그마 M4는 현존하는 모델 중 가장 희귀한 유형으로, 2015년 뉴욕에서 또 다른 M4가 36만5000달러에 팔려 당시 최고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에니그마 암호는 결국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과 그의 팀이 비밀 프로그램을 통해 해독했다. 이들의 해독이 연합군의 전쟁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1990년대에 들어서야 밝혀졌다. 이 이야기는 영국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저서와 2014년 개봉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으로 유명해졌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