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빅테크 압력에 굴복했나…EU, AI법·디지털규제 일부 유예

오는 19일 수정법안 담긴 '간소화 패키지' 채택 여부 결정
고위험 AI 사용 규정 위반시 처벌 1년 유예…투명성 규정 2년 후 실시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집행위원회 본부. 2025.02.1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인공지능(AI) 관련 핵심 법안의 일부 시행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의 강한 반발 속에, EU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발효된 AI 법을 포함한 디지털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간소화 패키지'를 오는 19일 결정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규제를 도입한 것으로 평가받아 왔으며, 미국과 유럽 내 기업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아왔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무기 지원을 중단하거나, 양안 사이의 무역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해 지난 8월 무역 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 이후 EU는 AI 법과 디지털 규제 전반에 대해 미국 정부와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고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

AI 법은 2024년 8월 발효됐지만, 주요 조항은 2026년 8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건강, 안전, 기본권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험 AI에 대한 대부분의 조항은 이때부터 규제된다.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이 조항이다. EU 집행위는 고위험 AI 사용 규정 위반 기업에 1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초안은 집행위원회 내부 및 EU 회원국들과 비공식 논의 중이며, 11월 19일 결정될 것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또한 AI 투명성 규정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시점을 2027년 8월로 늦추는 방안도 간소화 패키지 안에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규정 시행을 늦추는 셈이다. 이는 기업들이 새로운 규제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요약하면, 고위험 AI 규정은 내년 8월 그대로 시행하되 위반 기업의 기업 처벌 1년 유예, AI 투명성 규제는 규정 본격 시행을 내년 8월에서 내후년 8월로 미루는 것이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AI 법의 일부 조항 시행 유예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법안의 목표와 방향성은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