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성모는 공동 구세주 아니다" 수백년 논쟁 종지부
15세기 무렵 '공동 구세주' 칭호 나타나…"신앙 진리에 혼란 야기"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성모 마리아가 예수와 함께 세상을 구원했는지를 둘러싼 가톨릭계의 오랜 내부 논쟁과 관련해 교황청이 4일(현지시간) '마리아 공동 구세주론'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성모 마리아를 공동 구세주(co-redemptrix)로 칭하지 말 것을 지시하는 교령을 발표했다.
지난달 레오 14세 교황의 승인을 받은 이 교령에서는 "구원 사역에서 그리스도에 대한 마리아의 종속적인 역할을 설명할 필요성을 고려할 때, 공동 구세주라는 칭호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그리스도교 신앙 진리의 조화에 혼란과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황청이 예수만이 홀로 세상을 구원했음을 강조하는 교령을 발표하면서 가톨릭계 내부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논쟁이 종결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가톨릭 교리에 따르면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면서 인류를 구원했다.
그러나 일부 신학자들은 성모 마리아가 예수가 세상을 구원하는 것을 도왔는지를 두고 수 세기 동안 논쟁해 왔다. 교령에 따르면 공동 구세주라는 칭호는 15세기부터 일부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직전 교황인 프란치스코는 최소 3차례 공동 구세주 칭호에 명확한 반대를 표명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은 마리아가 "자신의 아들로부터 아무것도 가져오기를 원한 적이 없으며, 공동 구세주로 내세우지도 않았다. 마리아는 제자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도 이 칭호에 반대했다. 반면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은 이 칭호를 지지했지만, 1990년대 중반 교리 부서가 회의론을 표명하기 시작한 후 공개적으로 칭호를 사용하는 것을 중단했다.
대신 새로운 교령은 성모 마리아의 신과 인류 사이 중개자 역할을 강조했다.
교령은 대천사 가브리엘이 성모 마리아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회임을 알리는 수태고지 이야기에서 성모 마리아가 질문을 하고, 확고한 결심으로 "그대로 이뤄지소서"라고 수락한다며, "마리아의 응답이 모든 인류가 기다려온 구원의 문을 열었다"고 성모 마리아의 능동적인 참여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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