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총선, 극우 제치고 중도 승리…최연소·동성애자 총리 탄생 임박

민주66, 9석에서 26~27석 확보 예상…예턴 "역사적 승리"
예턴, 청소년 육상 국가대표 출신…2018년 커밍아웃

민주66이 네덜란드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롭 예턴 당 대표가 31일(현지시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2025.10.31./뉴스1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네덜란드 총선에서 반이민 성향의 극우 정당이 아닌 중도 좌파 정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에서 최연소 총리이자 최초의 동성애자 총리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과 ANP 통신 등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간) 총선 개표율이 99.7%에 이른 가운데 롭 예턴이 이끄는 중도 좌파 정당 민주66(D66)이 극우 지도자 헤이르트 빌더르스와 그의 극우 자유당(PVV)을 1만 5155표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편투표가 집계 중이며 빠르면 월요일 저녁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외에 거주하는 네덜란드 유권자들은 그동안 중도나 좌파 정당을 지지해 왔다는 점에서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ANP 통신은 이날 오전 예텐의 승리를 확정하며 "그는 더 이상 추월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D66은 의회 150석 중 26~27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립정부 구성에 나설 계획이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에서 극우 정당이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네덜란드 총선은 유럽 내 극우 세력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풍향계로 평가됐다.

예턴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역사적인 승리다. 긍정과 낙관의 메시지가 네덜란드 유권자들을 설득했고, 반이슬람·반이민 성향의 빌더르스를 이길 수 있었다"며 "우리는 이제 유럽과 전 세계에 나라를 위한 긍정적인 메시지로 선거운동을 하면 포퓰리즘 세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인 내각을 구성하고 싶다"며 "D66이 가장 왼쪽에 서게 되는 연정은 선호하는 형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직전 총선에서 9석을 확보했던 D66이 약진하면서 38세로 최연소 총리에 오를 예텐 당 대표에게 관심이 쏠린다.

부모님이 교사인 집안에서 태어난 예턴은 운동을 좋아해 청소년 시절 육상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이후 라드바우트 대학교에서 공공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2017년 총선에서 만 30세로 하원의원으로 선출됐다.

2018년에는 알렉산더 페흐톨트의 뒤를 이어 D66의 최연소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2022년부터는 마르크 뤼터 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의 내각에서 기후 및 에너지 장관과 부총리를 역임했다.

특히 예턴은 지난 2018년 주목받던 당시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에턴은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어릴 적과 청소년기 운동을 정말 좋아했다. 축구와 육상이 제 가장 큰 열정이었다"며 "하지만 성장하면서 제 정체성을 찾기 시작하자 롤모델로 삼을 만한 세계 정상급 동성애자 운동선수들을 찾는 것이 꽤 어려웠다"고 말했다.

예턴은 현재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하키선수 니콜라스 키넌과 약혼 중이며 두 사람은 내년 여름 스페인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