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런던, 휴대전화 소매치기 '활개'…지난해 8만 건으로 급증

도난 사건 품목 70%가 휴대전화…적발·처벌은 미미
2017년 경찰 인력 삭감되자 대응 미진…뒤늦게 단속

4월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뱅크 지하철역 인근에서 한 남성이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2025.04.07. ⓒ AFP=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영국 런던에서 지난해만 휴대전화 8만 대가 도난당하는 등, 휴대전화를 노린 소매치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며 대응을 소홀히 하던 영국 경찰은 뒤늦게 대대적인 소매치기 조직 단속에 나섰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런던에서 발생한 휴대전화 도난 사건 수는 2023년 6만 4000건에서 지난해 8만 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도난 사건 품목의 약 70%를 휴대전화가 차지하고 있다. 런던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휴대전화 절도의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았다.

방한모와 후드로 신원을 감추고 전기자전거를 탄 채 주민이나 관광객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낚아채는 수법이 흔히 쓰인다.

적발과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영국 경찰에 따르면 2024년 3월~2025년 2월 사이 런던에서 도난 신고된 휴대전화는 약 10만 6000대였지만, 기소되거나 주의를 받는 등 처벌받은 사례는 495명에 불과했다.

휴대전화 절도 범죄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2017년 보수당 주도 긴축재정으로 경찰 인력과 예산이 대폭 삭감된 점이 꼽힌다. 사건 처리에 허덕이던 런던 경찰이 휴대전화 절도를 비교적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12월 한 피해자가 '내 아이폰 찾기' 기능으로 자신의 아이폰이 히스로 공항 인근 창고에 이동한 것을 알게 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 단서가 드러났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도난 아이폰 약 1000대가 담긴 상자들을 확보했다. 상자의 행선지는 홍콩이었다.

이후 수사를 위해 총기와 마약 밀수 전문 수사팀이 투입됐다. 추가 배송을 포착한 경찰은 포렌식을 통해 최대 4만 대의 휴대전화를 중국으로 보낸 조직의 용의자 2명을 특정, 지난달 23일 체포했다.

수사 결과 소매치기들이 중고 휴대전화 상점주 등 중간 업자들에게 도난 휴대전화를 넘기면, 중간 업자들은 이를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거나 해외 배송을 알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라미드의 최상층에는 수출업자들이 있다. 도난 휴대전화 일부는 리셋돼 영국 내에서 팔리지만, 대부분은 중국과 알제리의 유럽산 휴대전화 암시장으로 팔려 나간다. 중국에서 최신형 도난 휴대전화의 가격은 최대 5000달러(약 700만 원)에 이른다.

경찰은 지난 수년간 피해자들로부터 제공받은 위치 정보를 토대로 휴대전화의 행선지를 추적해 지도화하고 있다. 또 런던 경찰청은 최근 2주간 런던 전역에서 중고 휴대전화 매장을 단속해 도난당한 휴대전화 2000대와 현금 20만 파운드(약 3억 8000만 원)를 압수했다.

단속을 지휘한 앤드류 페더스톤 경감은 "이 범죄는 매우 수익성이 높고 자동차 절도나 마약 거래보다 위험이 적다"며 "절도범들은 대당 최대 300파운드(약 57만 원)를 벌 수 있는데, 일 최저임금의 3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소매치기 피해를 막기 위해 자동차와 자전거가 다니는 도롯가의 보도에서 화면을 보며 걷는 등 부주의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