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이주민 등 소외된 이들, 교회 사명의 중심"…트럼프 겨냥
즉위 후 첫 '사도적 권고' 발표…'가난한 자들 향한 사랑' 주제
바티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필 시작…레오 14세 교황이 완성"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 후 처음으로 발표한 사도적 권고를 통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이 교회의 사명 중심에 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때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까지 '가난한 이들'에 포함해,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딜렉시 테'(Dilexi te·내가 너를 사랑하였다)라는 제목의 사도적 권고를 발표했다. 사도적 권고는 교황이 특정 덕목이나 활동을 장려하거나 교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문서다.
이번 권고문의 주제는 '가난한 이를 향한 사랑'이다. 권고문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가난을 경제적 결핍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외의 문제로 폭넓게 다루며, 폭력을 겪는 여성과 이주민 등을 '가난한 이들'의 범주에 포함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교회는 어머니처럼, 걷고 있는 이들과 동행한다. 세상이 위협을 본다면, 교회는 그곳에서 자녀를 본다. 세상이 벽을 세울 때, 교회는 다리를 놓는다"고 말했다.
또 2015년 난민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발한 난민 아동 알란 쿠르디의 시신 사진을 언급하며 "안타깝게도 잠깐의 공분을 제외하면 이와 유사한 사건들은 점점 더 무관심하게 다루어지고, 주요 뉴스가 아닌 주변부 뉴스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1일 이탈리아 로마 근교 카스텔 간돌포 교황 별장에서 "낙태에 반대하지만 미국의 이민자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에 동의하는 것은 (가톨릭교회의) 친생명(pro-life)인지 모르겠다"며 비판한 바 있다.
현행 경제 체제와 관련해서는 "가난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는 데 더욱 헌신해야 한다. 생명을 파괴하는 경제의 독재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며 "기회가 적게 주어진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가치가 덜한가? 그들은 단지 생존만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가?"라고도 질문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가치,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이 질문들에 어떻게 답하는가에 달려 있다. 도덕적·영적 품위를 되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오물 구덩이에 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권고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도권(신앙과 도덕에 관한 진리를 공식적으로 가르치고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을 계승한 것으로 평가된다.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각종 사회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냈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바티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권고문을 집필하기 시작했고 레오 14세 교황이 완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누가 어느 부분을 썼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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