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드론 왜 격추 안하냐"…잇단 유럽 공항 마비에 항공사 격분

라이언에어 CEO "드론 장벽은 무용지물"
EU, '하이브리드 전쟁' 대응 논의 교착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범 직후 바르샤바 국제공항의 안내판에 대다수 항공편이 '지연'(Delayed) 표시돼 있다. 2025.09.10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러시아발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유럽국들의 논의가 도돌이표에 머무는 사이 항공업계 일각에선 공항에 접근하는 드론을 왜 그냥 두냐는 원성이 터져 나왔다.

유럽 최대 저비용 항공사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이 역내 공항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오리어리 CEO는 "3주 전 드론이 폴란드 상공에 나타나 공항이 4시간 폐쇄되면서 운항에 차질을 겪었다. 지난주에는 덴마크 공항들이 2시간가량 폐쇄됐다"며 "심각한 혼란이 일고 있고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왜 드론을 격추하지 않는가?"라며 러시아 군용기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상공을 무단으로 헤집고 다닌다면 반드시 격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U 지도부가 논의하는 '드론 장벽' 구축에 대해선 "아무 효과가 없다. 러시아가 폴란드 안에서 드론을 발사하지 못할 것 같나"고 지적했다.

9월 한 달 사이 정체불명의 드론 떼 출몰로 인해 덴마크 공항 마비와 영국, 독일, 아일랜드, 벨기에 주요 공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발생했다. 폴란드, 루마니아, 에스토니아는 러시아 드론·전투기의 영공 침입이 잇따랐다. 유럽국들은 일련의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의심하고 있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드론, 해킹, 전투기 등 여러 수단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러시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를 주최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유럽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어렵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상회의는 4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별 합의가 나오지 않았다. 폴리티코는 하이브리드 전쟁 위협으로 긴박한 현실에도 EU 정상회의는 또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