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땡큐"…푸틴, 3년 고립 깨고 국제무대 전면에

알래스카서 트럼프 만나 외교 복귀하고 中 찾아 新질서 리더 자처
우크라戰 계기 中·北 등과 더욱 돈독…서방 줄타기 국가들도 끌어안기

중국 톈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의 푸틴 대통령. 2025. 08.31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깔아준 판에서 세계 무대의 전면에 나서 다시 글로벌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8월 31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이어 3일 베이징 톈안먼(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반서방' 진영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지난달 15일 18년 만에 미국의 정식 초청으로 방미해 알래스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지 2주 만이다. 이번에는 러시아의 최대 우방 중국이 주최하는 대형 외교 행사에서 맨 앞줄에 섰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과 서방 제재에 처하면서 국제적 위상이 추락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 전쟁 범죄를 이유로 푸틴 대통령에 2023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이제 3년간의 고립을 끝내고 국제 무대에 나와 신(新)질서의 리더를 당당히 자처하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트럼프와 푸틴의 정상회담으로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이 약화하면서 세계가 러시아와 관여하는 방식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며 "이번엔 시진핑이 연 회의에서 중국, 인도 등의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푸틴의 국제사회 복귀 분위기에 맞춰 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주요 '러시아의 친구들'도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5.08.15.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中·北·이란·벨라루스…우크라전쟁 덕에 더욱 돈독

중국은 겉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을 표방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을 한 번도 비판한 적 없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중국이 러시아에 장기전에 필요한 물리적·정치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반서방 연대를 바탕으로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해 왔다. 중국은 인도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산 에너지의 최대 구매국으로 러시아의 중요한 '경제적 생명줄'이기도 하다.

북한은 직접적인 파병으로 러시아의 최대 '전시 동맹'으로 떠올랐다. 북러 관계는 트럼프 집권 1기 북미 해빙 모드와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위축됐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완전히 반전됐다.

러시아는 무기가 북한은 식량, 에너지, 군사기술이 필요한 상황이 딱 맞아떨어졌다.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는 우크라이나 공격에 톡톡히 활용되고 있다. 양국은 작년 6월 냉전 이후 최초의 상호방위 조약을 발표했다.

오랜 우방인 이란과의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이란은 러시아의 군사기술 지원을 대가로 우크라이나 공격에 쓰이는 드론(무인기)과 미사일의 핵심 공급처로 나섰다. 이란산 '샤헤드' 드론은 러시아산 '게란' 드론의 전신이다.

러시아와 혈맹인 벨라루스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초기지 역할을 하며 러시아에 병력, 무기, 군사 인프라를 지원했다. 러시아와의 합동 군사 훈련지 서쪽 이동과 러시아 미사일 배치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진을 저지하는 역할도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31일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가 열리는 중국 톈진에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환영을 받고 있다. 2025.8.31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인도·헝가리·튀르키예…러시아와 서방 사이 줄타기

인도는 이전에도 러시아와 방위·에너지 협력을 유지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속도로 밀착했다. 인도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리고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대중 견제를 함께해 왔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50% 관세 부과를 계기로 푸틴에게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21개 회원국 중 가장 러시아와 친하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얽히고설킨 관계이면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서방의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EU 가입을 줄곧 반대해 왔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면서 대표적인 친러 국가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와의 무역, 에너지 협력을 지속하면서도 나토 일원으로서 의무를 지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강제 합병을 인정하진 않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중재역을 자임했다. 양국은 이스탄불을 휴전 협상장으로 애용해 왔다. 튀르키예를 통해 포로 교환, 곡물 수출 재개 협상이 성사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손을 잡고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2025.09.01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이 SCO 정상회의를 통해 러시아의 이미지를 중요한 세계 강대국으로 부각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을 서방에 돌리며 역사적 수정주의 발언을 쏟아냈다"며 "(SCO 같은 회의는) 독재 정부나 리더들에게 단순 참석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