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젤렌스키 회담 대신 수도 폭격…트럼프 중재시도 '휘청'
드론·미사일 600여기에 어린이 4명 등 약 20명 사망…EU 공관도 피해
NYT "美외교, 러 전쟁 의지에 영향 못줘"…러-우 정상 대면도 무산 유력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러시아가 알래스카 회담 후 2주도 채 되지 않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공습을 전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을 성사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 시도가 힘을 잃은 채 휘청이는 모습이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드론과 미사일 600기 이상을 퍼부은 이날 러시아의 키이우 공습으로 어린이 4명을 포함해 최소 19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키이우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부 공관과 영국문화원 건물도 충격파와 파편으로 훼손됐다.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전쟁 해결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5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회담을 가진 이후 최대 규모의 공격이다. 특히 수도인 키이우에 대한 공격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성명에서 "키이우와 EU 시설에 대한 공격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러시아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곧 19차 제재 패키지를 발표해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백악관 다자 회의에 참석했던 핀란드의 알렉산데르 스투브 대통령은 X에 "러시아는 전쟁을 끝낼 생각이 전혀 없다"고 비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러시아가 생각하는 평화는 바로 이 테러와 만행"이라고 비판하는 등 유럽을 중심으로 규탄이 쏟아졌다.
알래스카 회담과 백악관 회의 이후 자신감에 넘쳤던 트럼프 행정부도 의욕이 꺾인 모습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소식에 기분이 좋지 않았으나 놀라지도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고 싶지만 두 지도자는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푸틴을 압박하던 기조에서 다시 중립적인 태도로 돌아간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의 외교적 움직임이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크렘린의 의지를 바꾸는 데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음을 보여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알래스카 회담에 초청하며 외교적 고립에서 끌어냈지만, 러시아는 주요 쟁점 사안들에서 의미 있는 양보를 전혀 하지 않는 등 본격적인 평화 협상에 이를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측 요구에 동의하며 평화 협상보다 휴전이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는 영토 획득,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회담 이후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사전 휴전 조건을 철회했다. 전선에서는 전투가 계속됐고,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폭격도 이어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위협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이 불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더불어 미국이 참여하는 3자 회담 개최 전망도 안갯속이다.
AFP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프랑스 남부 브레강송 요새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업무 만찬을 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주 우리가 워싱턴에 다 같이 있었을 때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합의했던 것과 달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사이의 회담은 명백히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고려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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