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첫 여성·동성애자 대주교 선출…"스테인드글라스 천장 깼다"
웨일스교회 신임 대주교에 체리 반 몬머스주교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웨일스 성공회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공개 동성애자 대주교가 나왔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체리 반(66) 몬머스 주교가 선거인단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웨일스교회 대주교로 선출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레스터셔 출신인 반 대주교는 지난 1994년 잉글랜드 성공회에서 서품된 최초의 여성 사제 중 한명이다. 지난 2020년에는 몬머스 주교로 웨일스 교회에 부임하면서 30년간 함께 해온 동성 동반자 웬디 다이아몬드의 존재를 공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잉글랜드 성공회는 동성애 자체는 허용하지만 동성애자 성직자들은 독신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웨일스 성공회는 성직자들이 동성 커플로 시민 결합을 맺는 것을 허용한다.
반 대주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년간 관계를 숨겼다"며 "어느 날 아침 신문 1면에 '아우팅'되는 일이 벌어질지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웬디가 나와 항상 함께한다. 미사를 진행할 때도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면서 "하지만 영국에서는 회의가 있을 때 웬디는 위층에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최초의 여성 대주교이자 성공회 공동체 내에서 동성 파트너와 함께하는 첫 공개적 레즈비언 대주교로서 반 대주교가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종교계의 유리 천장)을 명확히 깨뜨렸다고 논평했다.
반 대주교는 "교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만으로 충분히 힘들었다"고 고충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그는 "성적 지향은 어느 정도 숨길 수 있지만 여자인 것은 숨길 수 없다"며 "남성들이 분노했고,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동성 결혼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교회에서의 동성 결혼은 필연적"이라며 "문제는 언제이냐는 것이다. 나는 리더로서 강하게 반대하는 이들의 신학적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 내 임무는 많은 성직자들을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무엇인가를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yeh2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