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쿠데타 실패 9주년…에르도안 "용감한 영혼들의 승리"

의회 연설서 군에 저항한 국민들 용기 높이 평가

2016년 7월 15일 튀르키예 앙카라 키즐라이 광장에서 쿠데타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탱크들의 진격을 가로 막으려 애를 쓰고 있다. 2025.7.25./뉴스1

(앙카라=뉴스1) 이창규 기자 = 튀르키예 군부 세력의 쿠데타 실패 9주년을 맞은 15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당시 국민들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7월 15일 이야기는) 맨손으로 탱크와 비행기, 폭탄을 이긴 이야기이고, 조국과 영혼을 팔아넘긴 망각한 반역자들을 이 땅에 뿌리 내린 용감한 영혼들이 이겨낸 이야기이며 우리가 하나로 뭉쳤을 때 얼마나 강하고, 단단하며, 무적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날 밤 우리는 다시금 국민이라는 자각을 되찾았고, 우리는 다시 '이슬람 공동체'(움마, ummah)의 의미를 깨달았다"며 "튀르키예는 단지 하나의 국가를 넘어선 더 큰 의미를 지닌 공동체라는 진실이 7월 15일 밤 다시금 분명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쿠데타 당시에도 대통령이었던 에르도안은 CNN 튀르크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모일 것을 국민들에게 촉구했고, 그의 지지자들이 집결해 맨 몸으로 맞서면서 쿠데타는 약 12시간 만에 실패로 끝났다.

에르도안은 의원내각제 시절이던 2003~2014년 총리를 포함해 2014년 첫 직선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현재까지 22년간 튀르키예를 통치하고 있다.

2016년 7월 15일 튀르키예에서 일어난 쿠데타에서 튀르키예 국민들이 군인들에게 쿠데타가 가담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 2025.7.15./뉴스1

쿠데타 당시 총상을 입은 한 참전용사는 당시 쿠데타를 막는 데 있어 국민들의 역할을 인정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무장 테러리스트 50명에게 목숨을 걸고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며 "튀르키예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민주주의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며 그날 쿠데타 시도를 저지했다"며 "국민은 국가와 조국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튀르키예 앙카라의 '7월 15일 민주주의 박물관'에서 탱크가 튀르키예 국기를 겨냥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2025.7.15./뉴스1

튀르키예 군사 쿠데타 진압 과정에서 군과 경찰, 민간인을 포함해 250명 이상이 사망했고, 2000명 이상이 부상했다. 튀르키예는 쿠데타 이후 이 날을 '민주주의와 국가결속의 날'로 기리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가 '민주주의와 국가결속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앙카라에 만든 박물관을 방문하면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탱크와 국기 위로 쿠데타 당시 전투기의 공습과 뉴스 보도, 에르도안의 성명, 쿠데타 군에 튀르키예 국민들이 저항하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이 펼쳐진다.

튀르키예 앙카라의 '7월 15일 민주주의 박물관'에서 2016년 7월에 발생한 쿠데타에서 희생된 이들의 사진 등을 전시하며 기리고 있다. 2025.7.15./뉴스1

튀르키예 정부는 이날 세계 언론을 초청해 시민들의 협력 속에서 쿠데타를 진압하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성과를 자찬했다.

한편 튀르키예 정부는 2016년 쿠데타에 대해 성직자 페툴라흐 귈렌이 창설한 '귈렌 운동'의 군 내부 추종자들이 배후 조종 세력이라고 보고, 이후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력 기반은 더욱 탄탄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6년 7월 쿠데타 당시 공습을 받은 튀르키예 의회 전경 2025.07.15.뉴스1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