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원하면 전쟁 준비하라"…EU, 협상 중 확전 대비 목소리

EU 무역장관 회의서 추가 보복 계획 논의

2023년 11월 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게양된 유럽연합(EU)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2023.11.08.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유럽연합(EU)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과 별개로 무역 전쟁 확전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로스 셰프코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14일(현지시간) EU 무역장관 회의에 앞서 "미국 정부와 계속 접촉 중이다. 8월 1일이라는 새로운 시한까지 협상을 통한 해법 도출을 우선하고 있다"며 "아무 노력 없이 협상을 포기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셰프코비치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도 미국 정부가 협상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추후 미국 측 무역 협상단과 대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EU 등에 8월 1일부터 상호관세 30%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시한 내 협상에 집중하면서 보복 조치를 준비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셰프코비치 위원은 "부당한 관세로 인한 현재의 불확실성이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다"며 EU 지도부가 모든 결과에 대비해 '심도 있게 검토한 비례적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FP통신은 이날 EU 무역장관 회의에서 추가적인 대미 보복 조치가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로랑 생마르탱 프랑스 무역장관은 보복 계획을 '금기' 없이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아껴두려 하면 협상 입지를 강화할 수 없다"며 "주말 이후 상황은 전략을 바꿀 필요성을 분명 제기한다"고 말했다.

EU 순회 의장국인 덴마크의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외무장관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합의를 원하지만 '평화를 바란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옛말이 있다"고 강조했다.

EU는 연초 미국의 관세 폭탄에 맞서 210억 유로(약 34조 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를 준비했다가 협상을 위해 보류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미국과 합의가 불가할 경우 기존에 준비한 규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