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짊어지고 와야"…유럽국들, 北 대사관 재개 꺼리는 이유
英 매체 "운영상 제약 및 우크라 전쟁으로 북러 밀착 탓"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북한 주재 대사관을 폐쇄한 여러 유럽국이 운영 재개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는 북한 생활의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외교관을 둘 이점이 있다고 봤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고 나선 탓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는 13일(현지시간) 북한이 작년 말 외국 공관 재개설을 허용했지만 영국, 독일 등이 운영 재개를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북한 정권으로부터 대사관 재개 제안을 받았지만 운영상의 제약이 크다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에서 돈을 인출하거나 타국으로 송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북한 주재 외교관들은 수시로 중국에 들어가 현금으로 가득 찬 가방을 짊어지고 돌아와야 했다.
2012~2015년 주북 영국 대사를 지낸 마이크 기포드는 "매달 베이징행 비행기를 타고 중국에서 현금 3만~4만 유로(약 4800만~6500만 원)를 챙겨 왔다"며 "다른 방법이 없어서 모두가 그렇게 했다"고 회고했다.
쇼핑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슈퍼마켓 몇 군데에서만 가능했다. 그마저도 상품이 다양하지 않아 허용된 물건만 구입할 수 있었다. 꽤 많은 음식점, 카페가 있었지만 주민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건 불가했다.
토마스 셰퍼 전 주북 독일 대사는 물건을 구하러 정기적으로 중국을 다녀오는 게 일상이었다며 "북한에서 중국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면 말도 안 되지만 마침내 자유의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건강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큰일이었다. 경미한 질병은 평양 주재 유엔 사무소에서 일하는 의사 진찰을 받았다. 심각한 질환에 걸리면 병을 키우다가 결국 중국으로 가라는 권고를 받기 일쑤였다.
일각에선 가치관 충돌과 운영상 어려움에도 북한에 외교관을 두는 것이 유익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북한 내부에서 정권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대북 정보 수집에도 용이하다는 주장이다.
텔레그레프는 그러나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도우며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자 유럽국들이 대사관 운영 재개를 더욱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북한은 3년 반의 코로나19 봉쇄를 벗어나며 많은 도움이 필요했다. 식량도 약도 에너지도 아무것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식량, 연료, 외화를 얻을 기회를 얻었다. 이에 유럽국들과 관계를 희생하고 (러시아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ez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