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습에 이란 두둔하는 중·러, 실질적 행동은 어려운 이유
우크라와 전쟁 중인 러, 지원 여력 많지 않아…중동 긴장 고조, 내심 반길 수도
이란 원유수출 90% 향하는 中, 호르무즈해협 봉쇄 부정적…'무역전쟁' 美와 추가 전선 형성도 부담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자 친(親)이란 '반미 전선' 일원인 중국과 러시아가 입을 모아 미국을 규탄하고 이란을 두둔했다.
22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무대로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회람했다.
다만 이란을 중요한 중동의 동맹국으로 삼는 이들이 이란을 위해 말을 넘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작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 나라 모두 자국의 문제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력 소모가 심각하며, 중국은 경제적 실리를 우선시하고 중동 내 군사적 개입을 꺼리는 기조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러시아가 '표면적으로' 분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겉으로는 이란을 위하는 것처럼 보여도 모두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새로운 전쟁을 시작했다"고 비난하며 이란과의 연대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거나 직접 분쟁에 개입하는 건 어려울 전망이다. 러시아는 대부분의 군사 자원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선에 집중돼 있어 중동에서 새로운 전선을 만들 여력이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이란 문제에 매달리는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려 러시아로서는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러시아가 내심 중동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반길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올해 1월 체결된 러시아와 이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에는 상호방위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다. 한쪽이 공격받더라도 다른 쪽이 군사적으로 지원할 의무가 없음을 뜻한다.
또 러시아는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으로 미국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이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은 이 같은 해빙 무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 또한 미국처럼 이란의 핵무장을 원하지 않는다. 중동의 핵무기 경쟁이 러시아의 안보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는 것은 미국·러시아·중국이 전부 동의하는 드문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니콜 그라제프스키는 미 공영방송 NPR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 확대를 막는 데 역할을 할 수는 있다"며 "이들의 역할은 군사 개입보다는 외교적 중재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추측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다. 이란 원유 수출의 90%가 중국으로 향한다.
또한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중국은 중동 지역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중동 정세의 안정이 중국의 핵심 경제 이익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이란이 보복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중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교역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란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에 나서는 것은 미국과 또 하나의 전선을 만든다는 의미여서 시진핑 국가주석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잭 쿠퍼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현실적으로 중국은 이란의 시설을 방어하기 위해 자국군을 투입할 능력이 없다"며 "중국이 선호할 방식은 물자 지원과 수사적 지원, 그리고 약간의 인도적 지원"이라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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