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태운 보트, 서사하라 앞바다에서 전복…50여명 익사 가능성

승객 80여명 중 36명 구조…"대서양, 아프리카 무덤 될 수 없어"

지난 9월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 앞바다에 보트를 타고 도착한 이주민들의 모습. 23.09.1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서아프리카에서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이민자 80여명을 태우고 건너가던 보트가 전복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스페인에 본부를 둔 이주민 권리단체 '워킹 보더스'(Walking Borders)는 이같이 밝히면서 승객 중 상당수가 파키스탄 국적이라고 밝혔다.

앞서 15일 모로코 당국은 지난 2일 모리타니에서 출발한 보트에서 36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이 보트에는 66명의 파키스탄인을 포함한 이민자 86명을 태우고 있었다.

워킹 보더스 최고경영자(CEO)인 헬레나 말레노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민자 중 44명이 파키스탄인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들은 13일간 구조하러 온 사람 없이 고통 속에서 보냈다"고 부연했다.

파키스탄 외교부에 따르면 이 보트는 모로코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서사하라 다클라로 옮겨졌다. 파키스탄은 보트가 80명의 승객을 태우고 있었다고 밝혔다.

비정부기구(NGO) 등에서 실종된 보트에 대해 어떤 경고를 받았냐는 질문에 스페인의 해양구조대는 한 보트가 모리타니 수도 누악쇼트를 떠났으며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10일에 알았다면서도 이 보트가 전복된 보트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해양구조대는 또 공중 수색을 실시했으나 실종된 보트를 찾지 못했고 인근 선박에 경고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워킹 보더스는 이 사건에 연관된 모든 국가의 관계 당국에 실종된 보트에 대해 알렸다고 밝혔다. 바다에서 길을 잃은 이민자들에게 긴급 전화선을 제공하는 NGO인 '알람 폰'(Alarm Phone)도 지난 12일 스페인 해양구조대에 조난당한 보트에 대해 알렸다.

워킹 보더스에 따르면 2024년 스페인에 가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바다를 건넌 이민자는 1만 457명에 달했다. 매일 약 30명이 바다를 건너간 셈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모리타니나 세네갈 등 서아프리카 국가에서 대서양 경로를 통해 카나리아 제도로 건너갔다.

페르난도 클라비호 카나리아 주지사는 엑스에 워킹보더스의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스페인과 유럽이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대서양은 더 이상 아프리카의 무덤이 될 수 없다"며 "그들(유럽·스페인)은 이 인도주의적 드라마에 계속 등을 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