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부 비판해 출연정지 당한 BBC 리네커…프로그램 복귀
"정부 이민 정책, 나치 같다"…BBC 간판 프로그램서 출연정지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영국 정부의 이민 정책을 나치에 빗댄 뒤 출연 정지 처분을 받았던 전 축구선수이자 BBC의 해설가 게리 리네커가 프로그램에 복귀한다.
13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팀 데이비 BBC 사장은 성명을 통해 "지금이 스태프, 진행자, 청중에게 힘든 시기였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며 "이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게리는 BBC의 소중한 일원이며, BBC가 게리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고 있다"며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에 대한 독립적인 검토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데이비 사장은 "BBC의 헌장에는 불편부당(impartiality·不偏不黨)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약속이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BBC의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은 이런 문제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리네커는 자신의 복직 소식을 트위터에 올리며 "우리가 이 문제를 헤쳐나가게 돼 기쁘다"며 "믿을 수 없는 지원을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이어 "지난 며칠이 아무리 힘들었을지라도 박해나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나 멀리 떨어진 땅에서 피난처를 찾아야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리네커가 정직 처분을 받은 건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게재하면서다.
영국의 대표적인 축구 전문 프로그램 BBC One의 '매치 오브 더 데이(Match Of The Day)'의 진행자인 리네커는 SNS에 "정부가 쓰는 언어가 1930년대 나치의 것과 비슷하다"고 적었다. 리네커의 발언은 영국 정부의 이민자 정책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영불해협을 통해 영국으로 밀려드는 밀입국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보수파는 반(反)이민 정책을 추진해왔다. 정부는 지난 7일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에 입국한 난민을 망명이나 난민 지위를 신청할 수 없도록 하고, 르완다나 제3국으로 추방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보리스 존슨 총리 시절에도 자국에 들어온 난민을 비행기 편으로 르완다에 보내는 협약을 체결하며 '난민 밀어내기'를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리네커는 해당 발언 이후 출연 정지를 통보받았고, 리네커가 빠진 '매치 오브 더 데이'는 전문가 논평이 없어지며 20분으로 축소됐다.
이후 BBC의 TV 및 라디오의 주요 스포츠 프로그램의 진행자들도 리네커에게 연대하는 차원에서 방송을 거부하며, 프로그램 편성은 파행을 겪었다.
이라크 전쟁 정보 문건 보도를 두고 영국 정부와 갈등을 겪다 사임한 그렉 다이크 전 BBC사장은 "리네커를 '매치 오브 더 데이'에서 제외하기로 한 결정은 보수당 정부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는 기업처럼 보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BBC도 이 사건을 보도하며 "이 모든 것은 BBC의 불편부당에 대해 질문하는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진다"며 "BBC의 회장인 리처드 샤프는 보수당의 전 기부자였고,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80만 파운드의 대출 보증을 마련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BBC는 런던에 있는 BBC 본사 밖에는 한때 BBC에 근무했던 조지 오웰의 동상이 있고, 동상 뒤 벽에는 '자유란 모름지기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것을 말할 권리다'라고 쓰여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한편 리네커는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에도 인권 문제를 조명하는 차원에서 월드컵 개막식을 중계하지 않았다. 또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이 '스포츠워싱'의 사례였다며 크림반도 합병과 인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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