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시가 급해요"…이스탄불 공항 메운 구호단체들 발 동동
각국서 온 봉사자들, 한밤 피곤 잊은 채 피해지역으로
도로 곳곳 생수통 운반 트럭…주유소엔 구호차량 긴줄
- 김민수 기자, 권영미 기자
(아다나(튀르키예)·서울)=뉴스1 김민수 권영미 기자 = 지난 7일 밤 9시30분쯤 인천공항에는 이미 이날 밤 12시 튀르키예(터키)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한 인원으로 붐볐다. 군복과 소방복을 입은 대한민국 해외 긴급구호대(KDRT)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에 탑승하자 조끼를 착용한 구호단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흰 머리의 남성부터 시작해 청년까지 튀르키예로 모두 한 마음으로 지진 현장의 구호를 위해 늦은 밤 시간임에도 기꺼이 튀르키예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8일(현지시간) 오전 7시쯤 이스탄불 공항에서 앙카라행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이동하면서 각국에서 몰려든 구호단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튀르키예 국내선을 탑승하기 위해 수속을 밟던 중 소방복을 입은 20여명이 소방 헬멧을 쓴 채 지나갔다. 이들 모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음에도 발걸음 만큼은 재빨랐다.
앙카라에서 차량을 이용해 남쪽 아다나로 향하는 길. 도로의 제한속도는 구간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고 속도는 약 140km였다.
앙카라에서 목적지 아나다까지 약 700km 거리를 달리던 중 옆으로 대규모 트럭들이 줄지어 지나갔다. 트럭 짐칸에는 생수통들이 가득 실려있었다. 튀르키예 남쪽으로 다가갈수록 이러한 구호 차량은 더 자주 목격됐다.
휴게소는 이미 수많은 구호 인력들로 붐볐다. 가장 먼저 도착한 휴게소에서는 주유소 앞에 차량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있었다. 트럭 5~6대에서는 하늘색 베레모를 착용한 군인들이 대거 내려 휴식을 취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인파가 너무 몰려 차량이 진입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다음 휴게소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봤었던 군인들과 역시 같은 군복을 착용한 인원이 휴게소를 가득채웠다. 이들은 휴게소에서 김이 모락 피어오르는 빵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동료 3명과 함께 담배를 태우던 한 병사는 자신을 튀르키예 소속 군인으로 소개하면서 구호활동을 위해 이동 중이라고 답했다. 현재 향하고 있는 행선지를 묻자 방금 전까지 동료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그의 표정은 진지하게 바뀌었다. 그는 자신들이 하타이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손으로 큰 원을 그리면서 "그곳의 피해가 엄청 심하다.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다나 중심지의 호텔에서도 직원들은 일행이 한국인임을 밝히자 매우 반갑게 인사했다. 이후 지진 취재차 튀르키예를 방문했다고 밝히자 이들은 일순간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바로 뒤의 TV를 가리키면서 "저거를 봐라. 사람들이 매우 많이 죽었다"면서 "방송을 많이 봐달라"고 했다.
다음날인 9일 아침 7시30분쯤 아다나에서 하타이 주 안타키아로 향하는 길. 길에서 형광색 조끼를 입은 인원 10여명이 급하게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자 한 남성이 기자에게 다가와 "혹시 어디가느냐"고 물어왔다. 하타이를 간다고 답하자 화색을 띄면서 "우리는 차량을 구하고 있다"면서 "하타이 외진 지역에는 (구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 일행은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탑승을 요청하는 등 매우 다급히 요청했다. 이후 45인승 버스가 도착하면서 겨우 이동이 가능했다.
추운 날씨에 교통 정체까지, 지진 피해 지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었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모두 한결같이 다급했다.
한편 튀르키예 정부 관계자들과 의료진에 따르면 지난 6일 발생한 7.8 지진으로 9일 현재까지 총 1만5383명이 사망했다. 튀르키예에서 1만2391명, 이웃 시리아에서 최소 2992명이 사망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숫자가 계속 증가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진다이리스 마을의 한 주민은 땅 위에보다 잔해 아래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붕괴된 건물 아래에는 약 400-500명의 사람들이 갇혀 있다. 그런데 그들을 구조하려는 사람들은 10명 뿐이다. 어떤 기계도 없다“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생존자들도 편히 쉬지 못하고 있다. 음식과 피난처를 얻기 위해 떠돌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잔해에 깔린 그들의 친척들이 구해달라는 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가 잦아드는 것을 무력하게 바라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부모들은 지진의 진원지에서 가까운 튀르키예 남동부 도시의 거리를 아이들을 담요에 싸안고 걸어다니기도 했다. 임시 텐트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따뜻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 정부가 지진에 잘 대응했나를 두고 온라인에서 비판도 일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인 진원지 카라만마라슈를 방문해 대응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물론 부족한 점도 있다. 이같은 종류의 재난에 대비가 되어있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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