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엑소더스' 가속화…조지아 국경엔 16㎞ 차량 행렬(종합2보)

유럽 국경 잠그자 조지아·몽골로 탈출
군 사무소 17곳에선 '징집 반대' 방화도

위성 서비스 기업 맥사 테크놀로지가 25일(현지시간) 공개한 러시아에서 조지아 국경으로 향하는 차량 행렬의 위성 사진. 22.09.2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러시아의 군 부분 동원령 실시 6일째인 26일(현지시간) 조지아 국경에는 16㎞의 차량 행렬이 이어지는 등 러시아 인근 국가로 엑소더스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가 조만간 징집 대상자들이 국외로 나가지 못하도록 국경을 폐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동원령 반대 시위뿐만 아니라 군 사무소에 방화까지 발생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첫 동원령에 국민들의 반발은 더욱 격화하는 모양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아에 진입하기 위한 예상 대기 시간은 48시간에 달한다. 러시아에서 조지아로 가는 국경에 있는 어퍼 라스 국경 검문소에는 3000대 이상의 차량이 국경을 넘으려고 줄 서있다.

또한 위성 서비스 기업 맥사 테크놀로지는 러시아에서 조지아로 건너가기 위한 대기열이 16㎞를 훨씬 넘는다고 전했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미 4만 명의 러시아인이 조지아로 피신한 상태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 부분 군대 동원령을 발표하자, 국외로 망명하려는 러시아인들은 급증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은 지난 19일 자정부터 러시아 국적을 가진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했는데, 동원령이 발표된 이후에도 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징집을 피하려는 것이 망명의 적절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인근의 체코와 폴란드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국경을 걸어잠궜다. 유럽연합(EU)은 공동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아직 러시아인의 입국을 허용하는 조지아와 몽골 등으로 인파가 몰리고 있다.

3000명 이상의 러시아인이 몽골 알탄불락 검문소를 통해 러시아를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으며, 핀란드와 카자흐스탄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러시아 현지 독립 매체들은 연방보안국(FSB)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 21일 부분 동원령 발표 이후 최소 2만4000명 이상이 러시아를 떠났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 내에서 출국이 계속되자,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역에서 강제로 주민들을 징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에서는 18~35세 남성의 출국이 금지됐으며, 우크라이나 남성들은 징집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러시아 독립 언론 메두사는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내 일부 지역에서 오는 28일부터 징집 대상 연령인 18~27세 남성의 출국을 금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동원령에 징집된 이들이 이동 중이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러시아 내 시위도 격화하고 있다. 동원령 반대 시위에 나선 국민 약 2400명이 구금되고, 군 사무소 17곳에서 방화가 발생했다.

이날 러시아 타스통신 및 독립 매체 미디어조나 등에 따르면 상트페테르부르크, 칼리닌그라드, 니즈니노브고로드, 볼고그라드 등 러시아 전역에서 화염병을 이용한 방화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군 사무소를 상대로 한 방화 사건은 총 37건 발생했으며, 그중 17건은 부분 동원령 발표 이후 발생했다고 미디어조나는 보도했다.

경찰은 26일 로모노소프의 군 등록 및 입대 사무소 건물에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의 한 학생을 구감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러시아 형법 제167조(타인의 재물에 대한 고의적 파괴 또는 훼손)에 따라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20세 용의자는 부분 동원령에 대한 저항으로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볼고그라드의 군 사무소에서도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화염병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

징집 대상자들은 군 사무소에 대한 방화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불을 지르기도 했다. 랴잔 지역에서는 한 남성이 자기 몸에 불을 붙이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출동했으며, 이 남성은 전신의 90%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쿠츠크주에서는 한 남성이 군 동원센터에 총기를 난사해 군사위원 한 명이 중태에 빠졌다. 피해자는 근거리에서 총을 맞았으며, 흉부에 총상 6발을 맞아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나타났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