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스페인, 육로 국경 2년 만에 재개방…관계 회복 조짐
'분쟁 지역' 서사하라 독립 문제, 외교 갈등으로 비화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코로나19와 외교 분쟁 등으로 폐쇄된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스페인 간 육로 국경이 2년 만에 다시 개방된다. 서사하라 지역을 둘러싼 분쟁으로 틀어진 스페인과 모로코 사이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스페인령 세우타와 모로코 북부 프니데크 사이의 국경이 전날 밤 11시께 열려 수십 대의 차량과 행인들이 양방향으로 통과했다.
모로코에 있는 가족들을 보기 위해 세우타에서 국경을 넘는 여행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노어레딘은 "나는 세우타에 2년 동안 갇혀 있었다"며 "집으로 돌아와서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는 다른 이도 "모로코와 스페인이 관계를 회복하게 돼서 기쁘다"며 "우리가 가족을 만날 수 있게끔 해줬다"고 미소를 지었다.
다만 모로코-스페인 간 국경 개방은 이달까지는 유럽연합(EU) 내 자유 통행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에 가입한 회원국 지역에 사는 거주민들과 그들의 가족으로 제한된다. 두 국가는 오는 6월1일부터 솅겐 조약 비가입 국가 거주자들도 자유롭게 국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며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세우타와 멜리아로 넘어가는 국경은 완전히 폐쇄됐다.
국경 문제가 스페인-모로코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한 건 지난해 5월이다. 이달 사흘 동안만 8000명이 넘는 아프리카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세우타 국경에 몰려들었다.
당시 스페인은 병원 치료 등 인도적 차원에서 서사하라 독립군 지도자의 입국을 허용했는데, 일각에서는 이에 반감을 품은 모로코 측에서 일부러 불법 이민자를 통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아프리카 북서부의 서사하라 지역은 대표적인 분쟁 지역이다. 1884년부터 스페인 식민지였던 서사하라 지역에는 세계 1위 수준의 인광석이 매장돼 있고, 대서양 연안 어업 자원도 풍부하다.
국제 사회 압력으로 1976년 스페인이 철수하자, 서사하라와 주변국 사이 분쟁이 시작됐다. 모로코와 모리타니가 이곳을 분할 점령하고자 했으나, 알제리 지원을 받는 서사하라 독립군 폴리사리오는 거세게 저항했다.
이후 지난 3월 스페인은 수십 년간 고수해온 서사하라 지역에 대한 중립 입장을 바꾸고, 모로코의 입장을 지지하며 외교 갈등을 종식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스페인이 국경을 연 것도 외교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두 국가는 국경 재개방 이후 모로코-스페인 간 불법 이민 등에 대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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