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장기화 조짐…중러 관계 어디로 가나

中 러시아 지원 할까 美 촉각…중·러 파트너십 공고하지 않을 수도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중국 관계뿐 아니라 중국·러시아 관계 역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관계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서방 세력'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공고해지는 모습이었다. 최근에는 경제뿐 아니라 군사·우주기술 협력까지 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국가의 초고강도 제재가 이어지면서 중국 역시 일방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기에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미국 조야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양국 틈새를 파고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미국이 전략적으로 중·러를 동시에 대응하기는 힘든 만큼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러처드 닉슨 대통령이 50년 전 중국을 방문해 미·중 수교의 돌파구를 만들어 낸 것처럼 중·러 틈새를 공략해야 한다고 했다.

미·중은 현재 수많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만 기후협력 등과 같은 공동 관심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협력을 하고 있는 등 양국이 파트너십을 맺을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협력을 위해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정치적 보이콧으로 번진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문제 등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과거 냉전시대 때 미국과 당시 소련(현 러시아)은 핵군축 협약을 맺는 등 협력을 해왔다. 당시에도 소련 정부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이 있었지만 이런 협력을 막지는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접근법은 미국과 중국이 협력 가능한 점을 찾는 것이 협력하지 못할 것에 초점을 맞추도록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국이 기본원칙을 훼손할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있을 주요 분쟁에서 '독'을 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중이 적이 아닌 공동의 문제에 대해 함께 해결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1983년 소련을 악마의 제국이라고 규정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불과 2년 후 제네바서 소련의 지도자 고르바초프와 만나 공통점을 찾기도 했다.

고르바초프는 나중에 미국 TV에서 "레이건 대통령이 갑자기 나에게 미국이 우주에서 온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으면 도와줄 것이냐고 물었고, 난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이 중·러의 틈새를 파고 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중·러 관계는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과 맺은 '강철 같은 동맹'은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동맹에 대한 대응 등 광범위한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분야에서는 이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지난달 4일 푸틴 대통령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추가 확장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중·러의 전략협력은 흔들림 없는 과거이자 현재, 미래"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중국은 양국 간 충돌 발발을 안타깝게 여기며 민간인 피해에 대해 극도로 우려한다"고 했다.

미국의 외교전문매체 더 디플로맷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중·러 관계를 △현상유지 △관계약화 △협력강화 등 크게 3가지로 전망했다.

현상유지는 중재나 러시아의 철수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빨리 종결되면 중국 정부에 대한 러시아 관계 축소를 위한 국제사회 압력이 완화, 양국의 동반자적 관계는 유지되고 군사관계도 안정도 보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빨리 끝나지 않고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압력이 더 가중될 경우 중국은 결국 러시아와 거리를 두라는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결국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축소 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약화 시나리오다.

협력강화는 우크라이나 사태보다는 오히려 인도·태평양 위협에대한 미국 등 동맹국 행동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중국은 러시아와 군사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 등 동맹국에 억제 메시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간)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동안에 러시아에 경제적, 재정적 지원을 하기로 이미 결정했고, 현재 무장 드론 등 군수 물자 제공을 검토하고 있어 미 정부 관리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과 이탈리아 로마에서 7시간에 걸친 회담을 진행했다.

미국 대표단은 러시아 지원에서 중국이 입장을 바꿀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을 하며 회담장에서 나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 관리는 "핵심은 중국이 계산을 다시 하고 입장을 재평가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재평가에 대한 어떠한 징후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이미 경제적, 재정적으로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고, 오늘 그걸 강조했다. 문제는 그들이 더 나아갈 것인지 여부다"고 덧붙였다.

만약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한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 특히 유럽 내 동맹국들을 설득해 중국과의 관계를 재고하는 쪽으로 초점을 전환할 것이라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다만 중국은 공식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지원은 없다고 밝히고 있어, 중국이 실제 지원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 가짜 소식을 퍼뜨리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입장에 있어 중국의 입장은 일관된다. 우리는 중재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 외교적 해결을 추진하는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