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위기 해법으로 재조명되는 '민스크 협정'…해결책될까

분쟁 해결 위한 민스크 협정…7년째 미이행
러·우크라, 민스크 협정 긍정 반응했지만 한계는 여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을 연달아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갈등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민스크 협정'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연쇄 회담 이후 "우크라이나 문제는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의 기본은 민스크 협정일 수 밖에 없다"며 "이는 평화 구축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갈등 당사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민스크 협정' 이행에 대한 긍정적이고 명확한 약속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정 체결 후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민스크 협정이 이제 와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일(현지시간) 벨라루스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군이 합동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돈바스 지역 분쟁 해결 위해 2차례 거쳐 '민스크 협정' 체결

'민스크 협정'은 2014~2015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잦은 분쟁을 억제하기 위해 이해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유럽 안보 협력기구(OSCE)의 중재 아래 체결한 협정이다.

친러시아계 사람들이 대부분인 돈바스지역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공화국이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자치권을 주장하며 잦은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 지역에 대한 지원을 이어갔다.

잦은 분쟁으로 피해가 커지자 2014년 9월 갈등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은 OSCE의 중재 아래 12개항목으로 구성된 '민스크 협정1'에 합의했다.

당시 협정에는 포로 교환, 인도주의적 지원, 중화기 철수 등 분쟁 방지를 위한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협정 체결 2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 분리주의자들 간에 충돌이 발생하며 협정은 유명무실해졌다.

이후에도 협정 체결 당사자 간 '민스크 협정1' 위반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되자 이듬해 2월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루한스크, 도네츠크 대표들이 벨라루스 민스크에 모여 16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13개 조항이 담긴 '민스크 협정2'에 합의했다.

민스크 협정2의 조항은 △즉각적이고 완전한 휴전 △전투 지역에서 중화기(heavy weapons) 철수와 50㎞ 안전지대 설정 △OSCE를 통한 휴전 및 무기 철수 감시 △지방 선거 실시를 위한 협의 즉각 개시 △돈바스 지역 분쟁 참가들에 대한 사면 실시 △포로 및 억류자 석방 △인도적 구호물품 공급 보장 △분쟁 지역의 사회·경제적 링크 복원 △2015년 말까지 지방 선거 실시와 우크라이나의 러·우 국경 통제 확립 △돈바스 지역으로부터 모든 외국군 및 무기 철수 △2015년 말까지 DPR과 LPR의 특별 지위 부여하는 헌법 개정 △OSCE의 기준에 부합되는 지방 선거 실시 △민스크 협정 2를 이행할 실무그룹의 구성 등이다.

장고에 걸친 두번째 협정은 2015년 2월 말까지 돈바스 지역에서 중화기 철수가 이루어지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조항들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포함해 이해당사자들이 이견을 보이면서 지금까지도 주요 조치들은 거의 이행되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7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도네츠크 민주공화국의 지도자인 알렉산더 자카첸코,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지도자인 이고르 플로트니츠키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민스크 협정 실패 이유

민스크 협정이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는 이유는 이해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각 조항에 대해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특히 두 국가는 조항 이행 순서와 관련해 큰 차이를 보였다.

러시아는 협정에 따라 돈바스 지역에서 선거를 먼저 실시해 자치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분리자의자들이 먼저 무장 해제를 하는 등 분쟁 종결이 정치 개혁에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러시아는 분리주의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독립시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해당 지역에 대한 자치권을 주장하며 러시아의 간섭을 최소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진단했다.

CNN은 러시아가 협상의 주체자로 우크라이나와 직접 대화를 지속하지지 않는 점도 민스크 협정이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러시아는 민스크 협정의 서명국이었지만 분쟁의 주체자가 아니라며 조항의 모든 문구에 자신들의 역할을 규정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분쟁의 당사자라고 주장하며 둘 사이에 협상을 원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며 우크라이나가 협상해야할 당사자는 반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이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이들과 직접 대화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다시 주목받는 민스크 협정…그러나 한계는 여전

갈등 중재를 위해 노력하는 마크롱 대통령이 언급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지만 민스크 협정이 갖고 있는 한계는 과거와 동일하거나 더 분명해졌다.

가디언은 당시 두 국가의 관점 차이는 7년이 지나면서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우크라이나는 분리주의자들이 무장해제를 먼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는 정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마크롱의 제안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조항 1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사안에 정통한 고위 관리는 "협정이 체결된 지 7년이 지난 시점에서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기 때문에 분리주의자들은 사실상 러시아 시민"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지금 선거를 실시할 때 이 지역에서 배출될 친러시아계 인사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러시아 관리는 최근 정부가 돈바스 지역 주민들에게 70만개 이상의 여권을 나눠줬다고 밝혔다.

CNN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분리주의자들을 내세워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민스크 협정 부활을 원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이것이 실현되면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15년 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U는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지원 우크라이나 반군간에 체결된 휴전헙정이 완전하게 이행되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메르켈 총리가 밝혔다. ⓒ News1 이기창

◇노르망디 형식 회담·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마크롱 노력 힘 실어줄까

가능성이 적어보이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민스크 협정 이행이 실현될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 협상들이 연달아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 베를린에서 노르망디 형식 4자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쟁 해결 방안 논의를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4개국 대표 회담을 일컫는다.

앞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의 외교정책 보좌관들은 지난달 26일 파리에서 회담했다. 당시 이들은 2주 뒤 독일 베를린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 회담을 마친 뒤 노르망디 형식 4자회담에서 민스크 협정 이행에 대해 논의되기를 희망했다.

이와는 별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오는 17일 민스크 협정 이행을 위한 논의를 가질 예정이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