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세상을 구할 계획
[NYT 터닝 포인트 2021]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터닝 포인트: 2020년은 디자이너 겸 사회활동가인 나에게 세계 도처에서 계속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정치와 환경 문제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는 시기였다.
◇ 코로나19 사태와 예술에서 위안 찾기 : 박물관, 미술관, 극장. 봉쇄조치로 갇혀 지내는 동안 가장 그리웠던 곳들이다. 이제 이 장소들의 존재감은 정점에 올라 있다.
2019년 겨울 나는 오스트리아 빈을 특별히 방문해 얀 반 에이크, 카라바조, 알브레히트 뒤러 등 세 거장의 미술 전시회를 관람했다. 작품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전에 본 적이 없는 충격을 느꼈다.
카라바조의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1607)이라 는 작품에서는 자발성과 생명력이 느껴졌다. 뒤러의 전시회에서 본 녹색 종이에 검은 잉크로 그려진 『누드 자화상』은 독일 작가인 그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누드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적나라한 진실을 보여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반 에이크의 『샘가의 성모』는 성모 마리아의 젖먹이 아들이 어머니의 품 안에 자신의 뺨을 바짝 갖다 대고 안겨 있는 그림이다. 아기는 팔로 성모 마리아의 목덜미를 감싸 안고 있고, 이로 인해 등에는 주름이 잡힌 모습이다. 나는 가끔 잠들 때 이 작품을 떠올리곤 하는데, 그러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느낌이 든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개인 자원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나에게는 예술이 영원한 자원이다. 예술은 시간을 멈추게 한다. 예술은 정말로 현실의 모조품이다. 또한, 위대한 예술 작품은 처음 창조됐던 시기만큼이나 지금과도 관련이 있다.
◇ 정치와 글로벌 경제 : 나는 자본주의 속에서 활동하는 정치인을 고통을 무시할 만한 힘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한다. 부패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자본주의는 유통기한이 몇 년 지난 썩은 사과처럼 부패했다. 파괴에서 벗어날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자본주의를 부의 공정한 분배로 대체하는 것이다.
정부는 토지 관리자가 돼야 한다. 토지는 개인의 소유가 되면 안 된다. 또한, 관리자는 '지구에 좋은 것이어야 경제에도 좋은 것이다'라는 금언에 따라 토지를 관리해야 한다.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그에 관한 이야기도 바뀌는 것이다.
◇ 행동주의 : 나는 1970년대부터 전쟁에 반대하고 인권을 위해 싸워온 사회활동가다. 나는 자본주의와 잔학 행위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으면 한다. 그래서 '기후혁명(Climate Revolution)' 웹사이트를 통해 그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나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연설하기 위해 옷을 차려입고 나선다. 사람들을 정치에 참여시키기 위해 내 패션을 이용하는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부패와 기후변화로부터 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 패션과 지속 가능성 : 이는 줄이고, 재사용하며, 재활용하기에 관한 것이다. 재활용이 기후변화를 늦추는 데 충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를 줄이고 상품을 다시 사 용함으로써 우리는 기후변화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 중 가장 중요한 일은 덜 사고, 잘 고르고, 오래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모두 양이 아니라 질에 관한 것이다.
인기 있는 의복은 이제 인도네시아나 중국의 노동 착취 현장에서 기계로 만들어진 운동복이나 값싼 누더기로 전락했다. 우리는 이 같은 값싼 누더기 대신 고급 옷을 생산해야 한다. 소비자로서 우리의 선택은 패션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기후변화 : 우리는 변화하는 세계의 렌즈를 통해 보고 있다. 만약 망원경의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인류는 대량 멸종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급격한 전환점(티핑 포인트)에 도달하게 된다.
내가 '기후혁명'이라는 단체를 결성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즉, 비영리 활동을 통해 환경을 구하려는 것이다.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나는 사회활동가로서 정치와 환경 문제를 홍보하는 많은 그래픽을 제작했는데, 이는 카드놀이 디자인을 보고 재창조한 것이다.
자, 여기를 보라! 카드놀이에 답이 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한 완전한 전략이 들어 있는 것이다. 적게 사고, 산업형 어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 등이 이에 포함된다. 우리는 심지어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아무도 토지를 소유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는 원칙에 근 거한 세계의 비전을 담은 선언문도 갖고 있다. 그 내용은 '사람이 소유하지 않은 땅'으로 이동해야 할 필요성을 상세히 기술한 것이다.
◇ 역사의 교훈 : 나는 책을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자신의 잠재력에 부응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자아를 가지게 된다. 마치 도토리가 떡갈나무가 되는 것과 같다. 이것이 바로 내가 독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미다.
우리는 자신을 잊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될 때 비로소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사람이 세상과 관계를 맺고 인간의 본성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집중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머물러 있는 곳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나는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지식인 연합'이라는 독서 모임을 결성했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신문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과거가 필요하다. 위대한 문학은 시대를 초월한다.
내가 고전문학을 권하는 이유는 고전문학이 세월의 시험을 견뎌냈고 과거의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를 개략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다.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면 우리는 이 세상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데임(Dame)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디자이너 겸 사회활동가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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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 포인트 2021'이 발간됐다. '터닝 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올해의 주제는 '치유와 변혁의 시대: 공존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다. 격변하고 있는 전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가치가 중심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고 준비하는데 '터닝 포인트'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