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성소피아 성당',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되나
터키법원, 개조 여부 2일 혹은 2주 이내에 판결
이슬람 성향 에르도안, 작년 선거공약으로 제시
- 최종일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터키 이스탄불의 랜드마크인 성소피아 성당(터키어, 아야 소피아·그리스어, 하기아 소피아)이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로 개조될 수 있는지를 터키의 최고행정법원이 2일(현지시간) 결정할 예정이다.
◇약 1000년 간 세계 최대 성당=지난 6세기 동로마제국(비잔틴)의 황제 유스티아누스 1세의 명령에 따라 건설된 성소피아 성당은 바티칸에 있는 성베드로 성당이 완공될 때까지 거의 1000년 간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성소피아 성당은 오스만제국이 15세기에 이스탄불(당시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했을 때에 모스크로 바뀌었다. 이후 세속주의를 내세웠던 터키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통치했던 1930년대에 박물관으로 다시 변경됐다.
터키 내 이슬람교도들은 오랫동안 개조를 요청해왔지만 정교분리(세속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은 이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모스크로 개조되면 기독교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역사적으로 앙숙 관계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인 터키와 그리스 사이에 긴장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리스는 자신들이 동로마 제국을 계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집권 이후 터키를 이슬람 색채가 강한 국가로 변모시켜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유세 기간 중 모스크로의 개조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터키 최고행정법원이 이날 혹은 2주 이내에 개조 여부에 대해 판결을 하게 된다고 터키 관영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전했다.
◇"우리 주권에 누구도 경고할 수 없어"=터키 법원의 판결에 앞서 전 세계 종교 및 정치 지도자들도 터키 정부의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일(1일) 성명을 통해 "터키 공화국에 기여한 신앙 전통과 다양한 역사를 존중한다는 약속의 본보기로 성소피아 성당을 박물관으로 계속 유지해, 모두가 그곳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터키 외교부는 "모든 사람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입장을 냈다. 이어 "동시에, 누구에게도 경고의 형태로 우리의 주권에 대해 말할 권리는 없다"고 반발했다.
리나 멘도니 그리스 문화부 장관은 터키가 "광신적 국가주의와 종교 감정"을 되살리려고 한다고 비판하며, 유네스코 위원회의 승인없이는 세계문화유산은 변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에르네스토 오토네 유네스코 문화 사무총장보도 그리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터키 정부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아슬리 아이딘타스바스 유럽이사회 국제관계 선임연구원은 "법원의 결정은 정치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 판결이 어떠하든, 그것은 정부가 해온 숙의의 결과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부는 그리스와 유럽 그리고 "종교가 중요한 문제"인 미국과의 관계 등 여러 문제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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