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베를린에 즐비한 '오바마 포스터'…어떤 이유?

메르켈 지지자들, 오바마 발언과 포스터 '활용'
2008년 '희망' 포스터 미묘하게 바꿔 사용

독일 베를린에 붙어있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얼굴이 들어있는 선거 포스터.(출처=워싱턴포스트 갈무리) ⓒ News1

(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독일 베를린.

최근 버스 승강장과 지하철 역사, 공원과 광장 등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지난 2008년 대통령 선거 때 썼던 '희망'(Hope) 포스터와 거의 똑같다. 셰퍼드 페어리 작품인 이 포스터는 중앙정치엔 신예 중 신예였던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이 될 수 있게 했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 포스터가 왜 베를린 거리를 물들이고 있을까.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얼굴을 가지고 만든 이 스텐실 포스터 밑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고 전했다.

"Wenn ich könnte, würde ich Merkel wählen."(선택할 수 있다면 메르켈을 선택하겠다)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외국이 독일이었고, '절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내가 독일인이라서 선거권이 있었다면 나는 메르켈을 지지했을 것"이라며 "이게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돼 민주당 대통령이었던 오바마로서는 마음이 어지러울 수도 있을 때였다.

그리고서 1년 후, 메르켈 지지자들은 그가 했던 '말'과 그의 '포스터'를 이렇게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을 위한 선거 운동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터에 사용된 색은 '미묘하게' 바뀌었다. 원래 포스터는 빨간색과 하얀색과 파란색을 썼지만 이번 포스터에는 독일 국기에 쓰이는 빨간색과 검은색, 그리고 금색(Schwarz-Rot-Gold)이 쓰였다. 빨간색과 금색은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독민주당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독일인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슈에 대개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호감도도 높았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86%의 독일인들은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주도하는 글로벌 이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트럼프에 대해 같은 질문을 했더니 결과는 11%만이 지지하는 걸로 나타났다.

WP는 이 포스터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질책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한 기민당 지지자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임자를 더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식이 낫다"며 "지금 우리가 미국이란 나라를 어떻게 보고자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메르켈은 오바마까지 나서서 발벗고 도와야 할 만한 상황에 처해 있지 않다. 오는 24일 열리는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는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렇게 되면 그의 네 번째 임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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