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작가' 페란테, 신분 공개 둘러싸고 열띤 논란
"전속 출판사, 아니타 라자에 로열티 지급 확인"
- 김윤정 기자
(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올해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에서 한강 작가와 경합을 벌이기도 했던 이탈리아의 '얼굴없는 작가' 엘레나 페란테가 로마에 거주하는 번역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탐사보도 기자 클라우디 가티가 전날 페레티의 전속 출판사인 '에디지오니 E/O'가 아니타 라자에게 최근 거액의 로열티를 지급한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출판사의 송금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라자에 대한 로열티 지급액이 크게 늘었으며,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받을 만한 금액이었다는 것이다.
페란테는 지난 1991년 소설 '성가신 사랑'으로 데뷔한 이후 '나폴리 4부작' 등 수작을 잇따라 발표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그러나 거의 25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단 한번도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다. 모든 인터뷰는 이메일이나 출판사를 통해 이뤄졌고, 각종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페란테의 정체에 대해 수많은 추측이 제기됐다. 이번에 가티가 지목한 라자는 로마에 거주하는 번역가로 나폴리 출신 유명 작가 도메니코 스타르노네의 부인이다. 가티에 따르면 이탈리아 남부 도시에서 태어난 라자는 3살때 로마로 이주해 살았으며, 그의 어머니는 홀로코스트에서 탈출한 폴란드계 유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가 페란테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 건 10년 전이다. 당시 로마대학교가 텍스트 분석가를 고용해 페란테의 작품을 분석하고, 스타르노네가 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티의 주장에 대해 출판사는 부인하지 않았다. 대신 작가의 사생활 보호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출판사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독자들이 사랑하는 작가의 정체를 파해치려고 하는 것은 역겨운 일"이라며 "범죄와 같다"고 맹비난했다.
◇ 작가 신상 밝히기, 의미 있나
수많은 작가들도 가티의 '가면 벗기기'를 비난하고 나섰다.
영국 학자인 캐서린 앤젤은 BBC에 "페란테가 세금을 탈루한 부패한 정치인처럼 다뤄졌다"며 "보도할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작가는 독자들에게 작품 이외의 것들을 알려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영국 소설가 조조 모예스도 트위터에 "엘레나 페란테는 익명으로 글을 써야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녀를 아는 것은 우리의 '권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소설가 에리 데 루카도 "엘레나 페란테의 정체가 누구에게 그렇게 중요한가"라며 "독자로서 나는 소설가의 정체에 대해 관심 없다"고 말했다.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가티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는 BBC라디오에 출연해 "수백만 명의 독자들이 책을 구입한 상황에서 독자들은 실제 작가가 누군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자로서 나는 거짓말을 싫어하기 때문에 작가의 정체를 밝히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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