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식지 않는 인기…로마스타일 '카이사르 푸틴' 흉상 등장

러시아 준군사조직 코사크 민병대의 한 대원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아갈라토보에 세워진 로마제국 스타일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흉상에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고공행진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에는 로마제국 시절 황제(카이사르·시저)로 변신해 눈길을 끌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북서부 교외 20㎞에 위치한 아갈라토보에는 푸틴의 형상을 한 흉상이 들어섰다.

로마제국 시대의 의상인 토가를 입고 있는 높이 50㎝의 이 흉상은 러시아의 조각가 파벨 그레시니코프가 합성수지를 사용해 만들었다.

흉상은 이 지역의 코사크 민병대가 의뢰해 민병대가 소유한 사유지에 만들어졌다.

아갈라토보 코사크 민병대 지도자인 안드레이 폴랴코프는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를 되찾아온 정복자이자 정치인으로 영원히 기록되기를 원한다"며 흉상 제작의 이유를 밝혔다.

폴랴코프는 "로마제국 황제의 모습을 본 딴 것은 지혜로운 결정이었다"며 "이는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성공적으로 재통합한 푸틴 대통령의 역사적인 역할을 잘 대변한다"고 덧붙였다.

코사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크게 활약했던 코사크 기병대의 정신을 잇기 위해 만들어진 러시아의 준(準)군사조직이다.

코사크족으로 구성된 코사크 기병대는 제정 러시아 시절 황제 차르를 호위했으며 러시아 혁명 이후에도 차르를 지지하는 백군을 지지했다가 1920년 강제 해산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5년 이 같은 코사크 기병대의 정신을 다시 살리겠다며 관련 법을 제정, 코사크 민병대를 정식 준 군사조직으로 인정했다.

코사크 민병대는 16일 이 흉상을 공개하는 행사를 열고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대원들은 전통의상 카프탄을 입고 직물 모자를 쓴 채 러시아 국가를 부르며 환호했다.

코사크 민병대원들 외에도 현지 유명 래퍼인 스타스 바레츠키 등이 행사장을 찾아 푸틴 대통령의 업적을 기렸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자신을 숭배하는 행위를 공개적으로 만류해왔다.

그러나 각종 정부청사에는 그의 사진이 걸려 있으며 길거리에도 많은 러시아인들이 그의 사진이 그려져 있는 티셔츠를 입고 다니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9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후에는 그의 얼굴이 그려진 냉장고 자석이나 스티커 등 각종 액세서리가 상품으로 출시돼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찬양 행위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 하는 푸틴 대통령이지만 강력한 러시아에 대한 욕심은 감추지 않고 있다. 그는 구소련의 붕괴가 러시아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일이라며 러시아를 팽창시킬 뜻을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그간 웃통을 벗고 말을 타거나 유도복을 입고 있는 모습 등 마초적인 이미지를 대중에게 공개해 왔던 푸틴 대통령은 16일에도 소치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갈라 시합에 참석해 8골을 몰아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그와 함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전 아이스하키 스타 파벨 부레 등이 포함된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스타즈'팀은 이날 친선 경기에서 정치인과 경제인으로 구성된 상대팀에게 18대 2로 대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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