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제 2의 엑소더스'?…덴마크만은 예외 "못 떠나"
"덴마크 2차대전 이후 지속적인 유대인 보호…살기도 좋은 곳"
- 이준규 기자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유럽 내 유대인에 대한 테러가 계속되면서 유대인 사회 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이주가 급증하고 있는 프랑스와 달리 덴마크 유대인들은 코펜하겐 테러에도 불구하고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국제 유대인 인권단체인 시몬비젠탈 센터(SWC)는 16일(현지시간)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보내는 성명을 통해 "파리와 코펜하겐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범유럽을 휩쓸고 있는 현상의 일례에 불과하다"며 "이에 대한 비난만으로는 충분한 대응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스크 의장에게 "모든 분야에서 발생하는 반(反)유대주의와 맞서 싸울 수 있는 하나의 연맹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유럽 거주 유대인의 이스라엘 이민자 수는 각국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대인의 이스라엘 이민을 주관하는 유대기구(Jewish Agency)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한 유대인의 수는 7000명이 넘는다. 이는 전년인 2013년의 3400명 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프랑스 유대인 사회의 지도자들은 이 같은 이민자수의 급증이 최근 늘어난 유대교 신성모독 행위와 유대인 테러라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에 거주 중인 유대인 수는 55만명으로 유럽 내 최다 규모이다. 이는 지난 제2차 세계대전 종료 시점보다 50% 가량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지난 2012년 무하메드 메라의 유대인 학교 총기난사에 이어 지난달 파리 동부 유대인 상점 인질극 등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무슬림의 증오범죄가 계속 발생하면서 프랑스 유대인들의 불안감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자신을 나흐만(30)이라고 밝힌 한 프랑스 유대인은 로이터통신을 통해 "10년 후에는 프랑스에서 유대인을 찾아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며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탓도 있지만 다른 프랑스인들의 갖은 모욕과 욕설도 그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7000여명의 유대인이 거주하고 있는 덴마크에서는 코펜하겐 테러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이주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다.
유대기구에 따르면 이스라엘로 이주한 덴마크 유대인 수는 2013년 17명에서 지난해 14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단 로젠버그 아스무센 덴마크 유대인회 회장은 "덴마크는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나치 독일을 피해 스웨덴에서 이주해 온 유대인들을 돌봐준 좋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덴마크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덴마크에서도 반유대인범죄가 일어나기는 했다. 지난 1985년 코펜하겐 유대교 회당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폭탄테러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공격이 일어났다.
그러나 프랑스와 달리 반유대적 정서가 크지 않은 덴마크는 이런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에 대한 관용을 지속해서 베풀고 있다.
지난 주말 코펜하겐의 한 유대교 회당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숨진 유대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16일 열린 행사에 3만명이 운집하는 한편 1만여명이 밤을 새는 모습을 보였다.
코펜하겐의 유대교 지도자인 자이르 멜키오르는 "유대인들을 두렵게 하는 것은 반유대주의가 아니라 침을 뱉고 저주하는 등의 모욕행위이다. 코펜하겐 테러가 발생한 지 몇일 지나지 않았지만 많은 유대인들이 다시 아침 기도회에 나가는 등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며 테러에도 불구하고 덴마크인들의 우호적인 정서가 변하지 않았음을 설명했다.
데보라 차손 이스라엘 덴마크연합 위원장도 "덴마크 사회는 매우 관대하다"며 "모든 것이 갖춰진 곳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떠나지 않으려는 것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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