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제2의 오렌지혁명 일어나나
- 이준규 기자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우크라이나에서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에는 유럽연합(EU)과의 제휴협정을 거부한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자 35여만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정부의 폭정을 타도한다"며 키예프 시청사를 점거한데 이어 대통령 집무실을 에워쌌다.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유리 루첸코 전 내무장관은 "우리의 계획은 명백하다"며 "일종의 시위도, 반응도 아니다. 혁명이다"라고 말했다.
시위는 키예프 뿐 아니라 친(親)유럽 성향인 서부의 리비프를 비롯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고향인 도네츠크 등 전국 각지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004년 대선결과를 뒤집었던 '오렌지 혁명'에 비견된다.
2004년 11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야누코비치 당시 여당 후보가 빅토르 유셴코 야당 후보를 87만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자 야권은 출구조사 결과와 다르다며 재선거를 주장했다.
야당의 색인 오렌지색 옷과 목도리를 두른 채 독립광장에 모여들은 30여만명의 시위자들은 결국 국회의 결선투표 무효와 재투표를 이끌어 냈다.
EU 등 국제기관들이 감독한 재선거에서는 유셴코 후보가 승리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동기만 EU 제휴협정 파기로 다를 뿐 오렌지혁명과 닮은 부분이 많다.
우크라이나는 지형적인 요인으로 인해 러시아와 밀접한 남·동부 지역은 친러시아 성향을, 북·서부 지역은 친유럽 성향을 보여 왔다.
러시아계 주민은 전체 인구의 17%에 불과하지만 1922년부터 69년간 소련의 회원국으로 지냈던 탓에 친러적 정서가 강한 편이다.
경제적으로도 러시아에 철강과 초콜릿 등의 품목 상당 부분을 수출하는 한편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어 의존도가 높다.
이런 탓에 우크라이나는 그간 유럽과 러시아의 대리전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1991년 취임한 초대 대통령인 레오니드 크라브추크 대통령부터 레오니드 쿠치마, 유셴코, 현 야누코비치 대통령까지 친유럽 성향과 친러 성향의 정치인들이 번갈아 가며 대통령직에 올랐다.
지난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연루된 지난 2004년 대선과 이번 EU와의 협정 파기에 대해 가장 먼저 길거리로 나선 곳도 리비프가 속한 서부 지역이다.
EU는 구소련 진영에 남았던 마지막 국가이자 독립국 중 가장 많은 4600만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우크라이나를 서방진영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6억 유로(약 8600억원)의 기금을 투입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동부 도네츠크 출신인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 같은 제안에 "굴욕적"이라며 서명하지 않았다.
수도 키예프와 함께 오렌지 혁명을 이끈 서부 도시 리비프에서는 1일 시위에서도 5만여명이 운집했다.
반면 러시아와 맞닿아 있는 우크라이나의 남·동부 지역은 오렌지 혁명 직후 의회가 결선투표 무효를 결정해 야누코비치 후보의 당선을 없던 일로 하자 중앙정부로부터 분리해 독립하겠다고 선포하는 등 서부 지역과 상반된 입장을 보여 왔다.
오렌지 혁명과 이번 시위는 러시아와의 가스수입계약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현재 복역 중인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와 연관됐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2004년 오렌지 혁명을 주도해 정치적 입지를 다진 후 이듬해인 2005년과 2010년 2차례에 걸쳐 총리직을 거머쥐었다.
이번 시위에서는 정적인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부패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그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U도 친유럽 성향의 티모셴코 전 총리의 사면을 위해 알렉산더 크바스니에프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과 팻 콕스 전 유럽의회 의장 등 2명의 특사를 지난 18개월간 27차례나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이른바 '셔틀 외교'를 선보였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모든 국민이 독재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2004년처럼 시위대를 독려했다.
대선 결과를 번복 이후 9년 만에 다시 거리로 나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파기된 EU와의 제휴협정을 성사시키는 '제2의 오렌지 혁명'을 일으킬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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