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에 국토 지형까지 바뀌어…"어디서부터 재건할지 막막"

빙하 붕괴로 987명 사망…도로·다리·수력발전소 쓸려가
중국 교역로 마비에 물가·식량난 우려…재건비 최대 6.8조원 추산

1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둔체 인근 한국인 수력발전소 직원들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위어댐 주변이 토사로 폐허가 돼 있다. 정부합동신속대응팀은 이날 위어댐과 파워하우스 일대를 수색했다. 2026.9.1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히말라야산맥을 집어삼킨 거대한 빙하 홍수가 네팔의 국토 지형마저 완전히 뒤바꿔놓으면서 참사 수습과 재건 작업이 막대한 난관에 봉착했다.

약 10년 전 9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의 상흔을 극복했던 네팔이지만, 터전 자체가 통째로 쓸려나간 이번 재난 앞에서는 복구의 첫 삽조차 어디에 떠야 할지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기준 987명의 사망이 확인된 가운데 천문학적인 피해 복구 비용과 국제 원조 감소로 네팔 당국이 재건 시작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6일 빙하 붕괴가 발생하며 물·진흙·암석·얼음 덩어리가 시속 160㎞의 가공할 속도로 쏟아져 내렸다. 이 때문에 네팔과 인접한 중국 티베트 일대의 주요 하천 유역 두 곳의 지형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됐다.

2015년 네팔 지진 당시 복구 작업을 이끌었던 고빈드 라즈 포카렐 전 네팔 국가재건청장은 "지진 후에는 집이 무너졌더라도 땅은 남아 있었기에 재건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도대체 어디에 재건해야 한단 말인가"라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네팔 대규모 홍수로 연락이 두절된 한국인 9명을 수색하기 위해 파견된 정부합동신속대응팀이 1일(현지 시간) 네팔 라수와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건설현장 일대에서 수색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9.1 ⓒ 뉴스1

피해 수습에 필요한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네팔 당국은 재건 비용만 네팔 국내총생산(GDP·약 450억 달러)의 10%를 웃도는 최대 50억 달러(약 6조 87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대외 지원 여건은 최악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개발처(USAID) 폐쇄 등 선진국들이 대외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한 탓이다. 마두 마라시니 전 네팔 재무부 차관은 "재정 지원 측면에서 현재의 국제 정세는 2015년 당시와는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번 재난은 1인당 국민소득이 1500달러(약 206만 원) 안팎인 아시아 최빈국 네팔의 핵심 경제 동력마저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2025 회계연도 기준 대중국 수입의 25%, 네팔 전체 수입의 약 5%를 담당하던 북부 국경 라수와 지역의 '우정의 다리'가 유실되면서 연간 6억 달러(약 8250억 원) 규모의 무역로가 완전히 끊겼다.

마라시니 전 차관은 "다른 곳에서 수입을 대체해야 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제이 칸트 카르나 사회혁신외교정책센터(CESIF) 이사장 또한 "홍수 여파로 대형 트럭과 컨테이너가 이 도로들을 지나다닐 수 없는 상태"라며 주요 채소 공급로 차단에 따른 수도 카트만두의 식량난 가능성을 경고했다.

네팔 경제의 미래 성장축으로 꼽히던 수력발전 산업도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네팔민간발전사업자협회(IPPAN)는 이번 홍수로 인한 수력발전 피해액이 약 1300억 루피(1조 1700억 원)에 달하며, 발전 산업 발전 속도가 5~6년가량 후퇴했다고 분석했다.

빔 프라사드 가우탐 IPPAN CEO는 "이 지역은 수력발전 잠재력을 지닌 강들이 밀집한 곳이자 수도 카트만두 주변으로, 우리가 거주하는 곳이자 주요 에너지 수요처"라고 강조했다.

특히 발전소 붕괴 현장에서 실종된 900여 명 중 400~500명이 숙련된 핵심 엔지니어링 인력으로 확인돼 기술적 손실 또한 심각하다.

이에 따라 부패 척결과 경제 기회를 요구한 Z세대 시위를 등에 업고 출범한 36세 래퍼 출신 발렌드라 샤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최악의 시험대에 올랐다.

야당의 라잔 바타라이 고위 지도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적절한 조율이 부족하다 있다"라며 "이들은 구조와 환자 치료, 피해자 구호 지원 등 무엇을 우선순위로 우선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보인다"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반면 여당 라스트리야 스와탄트라당의 람 라마 하원의원은 "현 정부는 인명 구조와 구호 지원 측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큰 피해 지역이 여전히 접근 불가능한 상태이지만 전력을 다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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