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신원미상 희생자 가매장에…'화장 관습' 힌두교도들 반발
무더위 속 대규모 시신 발생에 수용능력 초과…당국 "추후 정식 장례 가능"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네팔이 신원 미상의 홍수 희생자들을 가매장한 데 대해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힌두교도 주민들이 "희생자를 화장할 수 없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네팔 중남부 치트완주에서는 신원 확인이 되지 않은 시신 수백 구가 가매장되고 있다. 매장된 시신 일부는 보테 코시강을 따라 하류로 수백㎞를 떠내려온 뒤 치트완주에서 수습됐다.
지난 29일 하루만 약 100명의 희생자가 가매장됐다. 시신 처리를 조율하는 경찰 조사관 아닐 타파는 30일 매장 예정인 또 다른 시신 50구에 대해 DNA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사망자 수가 많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가매장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들은 해당 지역의 법의학 인프라가 제한적이고 영안실 수용 능력도 부족해, 이번 재난으로 수습된 압도적인 규모의 시신을 처리하는 작업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 네팔과 티베트를 합친 전체 사망자는 최소 919명, 실종자는 최소 4793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무더위와 높은 습도로 인해 시신의 부패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시신을 노출시킨 채로 방치하면 질병 확산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일부 주민은 사망자들이 마지막 의식을 치르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며, 이는 존엄한 죽음을 박탈당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네팔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은 전통적으로 사망자를 화장한다.
친지 2명이 실종된 루비 차우다리는 가족의 동의 없이 매장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며 "고인은 존엄하게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 우리 전통은 직계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가에서 화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실종된 친지를 여전히 찾고 있는 가족 등은 당국이 너무 서둘러 매장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타파는 "사람들은 이것이 영구적인 매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조치일 뿐"이라며 "추후 확보된 정보로 신원이 확인되면 유가족이 시신을 인도받아 적절한 장례 의식을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므리트 바하두르 라이 네팔 외교차관은 신원 미상 시신의 가매장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재난 관리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한 "가족들은 추후 기록을 대조할 수 있으며, 필요한 의식을 위해 시신을 도로 파내 수습하는 일도 허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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