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 상류는 대피 시간 단 몇초…주민 70% 몰살 마을도"

구조인력 상류 접근하면서 피해 실상 속속 전해져
네팔쪽 피해만 903명 사망·4247명 실종

30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지역 트리슐리의 마이탈리 막사에서 네팔 군인들이 피해 지역에서 대피한 주민들을 돕고 있다. 마이탈리 막사는 육군 훈련소로 라수와 지역 생존자들을 구조하는 주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2026.08.3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지금까지 900여명의 사망자와 4000여명의 실종자를 낸 네팔 대홍수 당시 일부 상류 지역에서는 대피경보 발령 후 몇 초 만에 급류가 들이닥친 것으로 전해졌다.

홍수로 초토화된 해당 지역에선 70% 이상의 주민들이 숨졌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이 이날 방문한 홍수 피해 현장에서는 피해 지역 입구에 설치된 네팔군 대응 센터를 헬리콥터 여러 대가 오가고 있었다.

헬기에 실려 내려온 시신들은 신원 확인을 위해 센터 한 곳에 안치되고 있었으며, 인근에서는 요오드 냄새가 섞인 악취가 풍겼다.

누와코트 지구 현장에 있는 호주 자선단체 플랜 인터내셔널 소속 우니 크리슈난은 "헬리콥터가 올 때마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그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현장이다. 이곳에는 사랑하는 이들의 소식을 기다리며 사흘 동안 대기 중인 가족들이 있다. 일부는 무사히 돌아오겠지만 일부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전했다.

이날 군 부대 밖 네팔 수해 지역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도로는 구호물자를 수송하는 차량들로 가득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정문 밖에 모여 소식을 기다리는 사이 구호물자는 계곡을 따라 운송됐다.

크리슈난은 "집들이 파괴됐다. 예전에 사람들이 오가던 문과 공간이었던 곳은 이제 개나 고양이조차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라며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의 한 영안실에서 홍수와 산사태 희생자의 시신을 확인하러 온 여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6.08.30 ⓒ 로이터=뉴스1

지난 26일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 이후 네팔에선 현재까지 3700명 이상이 구조됐다. 네팔 정부는 31일 기준 실종자 4247명, 사망자 903명으로 집계했다.

특히 대홍수가 처음 시작된 보테코시강 유역의 비그마티주 라수와 지구, 라수와 지구의 바로 아래에 있던 누와코트 지구가 대홍수의 직격탄을 맞았다.

구호 요원들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라수와 지구까지는 진입했지만,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출입국을 기다리던 랑탕 계곡의 라수와가디 국경검문소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누와코트 지구 비두르의 한 구호 요원은 계곡 위쪽으로 진입한 동료들의 말을 인용해 그곳 주민의 최대 70%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계곡 아래쪽은 10~15분 정도의 경고 시간이 있었지만, 위쪽은 단 몇 초에 불과했다"며 "진흙 속에 갇힌 시신이 많아 신원 확인과 수습이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냄새가 문제"라고 말했다.

바갓 랄(68)은 어머니 2명과 아이 2명 등 친척들이 실종됐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이들이 살던 집은 원래 위치에서 100m 떨어진 강가로 떠내려간 채 발견됐다. 그는 "강물이 지면에서 9~10m 높이로 넘쳐흘렀다"며 "집이 흔들리더니 100m나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홍수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은 산 위로 이동해 임시 구호 센터나 친척집에 머물고 있다. 일부 지역은 홍수로 교통이 완전히 끊겨 헬리콥터를 통한 구호물자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시 구호 센터에 머물고 있는 수로차나 타망(30)은 일곱 살과 두 살배기 두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산비탈에서 구조됐다.

그녀는 "내가 살던 마을은 라수와와 누와코트 지역의 경계에 있다"며 "홍수가 들이닥쳤을 때 나와 남편은 아이들을 품에 안고 무작정 뛰었고 산 위로 피신했다"고 설명했다.

이틀 뒤 이들 가족은 네팔군 헬리콥터를 통해 군 부대로 이송됐지만 친척들을 잃었다. 타망은 다른 이재민들과 마찬가지로 갈 곳이 없어 수개월 동안 이 센터에서 지내야 할 상황이다.

타망은 산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며 "우리 마을에는 약 80가구가 살았는데 모든 것이 사라졌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고개를 떨궜다.

네팔 무장경찰 요원이 치트완에서 30일(현지시간) 대홍수로 사망한 희생자의 시신을 집단 매장 장소로 옮기고 있다. 2026.8.30 ⓒ 로이터=뉴스1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