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문신 보고 겨우 찾아"…영안실 꽉 찬 네팔, 시신 신원확인에 난항

시신 수백 구 쏟아지는데 저장시설 포화…냉동 챔버 하나에 아동 2구 넣기도
DNA 최종 대조엔 5~6개월 소요 예상

네팔 대홍수 나흘째인 29일 오전(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대학병원 앞에서 시민들이 피해지역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희생자 사진을 보며 실종자를 찾고 있다. 2026.8.29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이창규 기자 = 28일(현지시간) 네팔 중부 치트완 바라트푸르의 임시 시신 관리소 앞에는 실종자의 가족들이 이른 아침부터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모여들었다. 이들의 손에 빛바랜 증명사진과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밤을 새워 달려온 다모다르 아디카리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수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지난 26일 홍수에 휩쓸린 아들 나라얀을 찾고 있었다. 다모다르는 "사진 공개라도 빨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생사도 모른 채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관리소 내부 텔레비전 화면에 수습된 시신 사진들이 차례로 떴지만 확인 작업은 더뎠다. 치트완에서만 시신 233구가 들어왔는데, 사진과 기록이 정리된 건 겨우 82구뿐이었다.

네팔 매체 카트만두포스트는 네팔 당국이 시신 수습과 신원 확인에 난항을 겪고 있다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처절한 사투와 현지의 참상을 전했다.

네팔 대홍수 나흘째인 29일 오전(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대학병원 앞에서 실종자 가족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26.8.29 ⓒ 뉴스1 구윤성 기자
하류로 밀려든 시신 수백 구…냉장 시설 턱없이 모자라

피해 지역에서는 거센 물살에 시신들이 수십 ㎞ 하류까지 떠내려갔다. 트리슐리강, 마르샹디강, 나라야니강을 따라 흩어진 유해가 줄지어 발견됐다.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 집계 결과 치트완 233구, 나와우파라시 동부 154구, 고르카 46구 등 수백 구가 쏟아져 나왔다.

병원 영안실은 일찌감치 한계를 넘었다. 급한 대로 마을 회관과 경찰서 건물까지 임시 영안실로 개조했다. 하지만 냉장 시설이 턱없이 모자란다. 여름 무더위 속에 시신 부패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다.

바라트푸르 임시 관리소의 자원봉사자 수바스 수나르는 코를 틀어막으며 "보관소 밖까지 악취가 진동해 근처에 서 있기도 힘들다"며 "이대로 이틀만 지나면 심각한 전염병 위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네팔 대홍수 나흘째인 29일 오전(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대학병원 앞에서 시민들이 피해지역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희생자 사진을 보며 실종자를 찾고 있다. 2026.8.29 ⓒ 뉴스1 구윤성 기자
"아내 이름 문신 덕에 확인"…전문가는 턱없이 부족

진흙과 바위 속에 묻혀 있던 유해들은 심하게 훼손돼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절단된 신체 일부만 수습되기도 했다. 나와우파라시 동부에서 발견된 154구 중 49구는 성별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결국 옷가지나 장신구, 문신 같은 작은 흔적에 기댈 수밖에 없다. 수력발전소에서 굴착기를 몰다 실종된 수만 골레(25)도 그렇게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외삼촌 우메시 샹보가 경찰 공보에 올라온 가슴 문신을 알아본 것이다.

샹보는 "얼굴이 너무 심하게 망가져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며 "가슴에 새겨진 아내 이름 문신 덕분에 겨우 찾았다"고 울먹였다.

현장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나와우파라시 동부의 경우 기초 부검 인력 6명이 전부다. 전문 법의학자는 단 한 명도 없어 수도 카트만두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자가디슈워 우파디야 최고행정관은 "이 정도 규모의 참사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8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지역 데비가트에서 한 여성이 아이를 업고 홍수로 진흙과 토사가 뒤덮인 도로를 걷고 있다. ⓒ AFP=뉴스1
냉동고 없어 챔버 하나에 2구씩…부패와의 시간 싸움

후방 거점 도시인 포카라도 포화 상태다. 포카라 내 병원 냉장 시설의 정원은 총 88곳. 하지만 주변 지역에서 실려 온 시신만 벌써 102구다. 정원이 72구인 포카라 보건과학아카데미에는 90구가 빽빽하게 들어찼다.

쿠만 싱 구룽 카스키 최고행정관은 "기존 시신을 인도하거나 묻기 전에는 더 이상 시신을 받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리가 모자라 냉동 보관함 하나에 어린아이 시신 2구를 넣거나, 훼손된 유해 여러 점을 합쳐서 보관하는 처참한 광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현재 시설의 온도는 영상 2~6도에 불과하다. 시신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0일에서 2주다.

수실 아디카리 정보관은 "그 이상 버티려면 영하권 급속 냉동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간다키주 전체를 통틀어 그런 곳은 없다"고 답답해했다.

28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지역 바타르 바자르의 한 군부대에서 홍수 피해 현장에서 구조된 여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AFP=뉴스1
결국 무연고 매장 수순…결과 확인엔 수개월 걸려

영안실이 바닥나자 당국은 신원미상 유해의 매장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유전자(DNA) 표본을 채취하고 사진과 지문을 남긴 뒤, 고유 번호를 붙여 땅에 묻는 방식이다. 훗날 유족이 나타났을 때 무덤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나빈 카르키 카스키 경찰서장은 "시신을 무기한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 다만 유전자 기록은 영구 보존된다"고 밝혔다.

채취한 유전자 표본은 카트만두 중앙 연구소로 보내진다. 하지만 분석할 물량이 밀려 있어 최종 대조까지는 5~6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네팔 정부는 29일 외국의 지원을 요청하면서 사망자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를 외국의 지원이 필요한 핵심 분야로 꼽았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