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600m 빙하 떨어져 얼음·암석 쓰나미로…"네팔 대홍수, 기후변화 탓"

전문가들 "해발 5180m 지점서 붕괴한 거대 빙하, 1㎞ 아래 계곡으로 추락"
USGS '지진' → '규모 5.2 빙하붕괴 사태' 수정…"엄청난 에너지가 치명적 물살로"

26일 네팔 우타르가야 지방자치단체 베트라와티 바자르 인근에서 범람한 강물이 건물과 도로를 침수시키고 있다. 2026.08.2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지역을 덮쳐 현재까지 160명의 사망자와 수백명의 실종자를 낸 네팔 대홍수의 원인으로 고산지대의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한 '얼음 눈사태'가 지목됐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질학자들과 빙하학자 등으로 구성된 과학자 그룹은 고산지대의 빙하에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떨어져 나와 계곡으로 쏟아져 내려가면서 홍수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초 붕괴 지점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 북쪽 약 64㎞ 지점으로 추정되며, 이후 얼음은 계곡을 따라 북서쪽으로, 네팔과 티베트 접경에 위치한 보테 코시강을 향해 이동했다.

캐나다 캘거리대학의 지질학자 대니얼 슈가는 폭이 약 610m에 달하는 얼음덩어리가 해발 약 5180m 지점에서 떨어져 거의 1220m를 낙하했다고 분석했다.

슈가는 "이 지역의 빙하가 마치 깨끗하게 절단된 것처럼 끊어져 계곡 바닥까지 수직으로 1㎞ 이상 추락했다"며 "바닥은 마치 폭탄이 터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부서진 빙하의 퇴적물일 뿐"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던디대학의 빙하학자 사이먼 쿡은 "산 위, 높은 고도에 있던 거대한 얼음덩어리는 엄청난 위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며 오로지 낙하하는 힘을 받은 빙하가 빠르고 치명적인 형태의 물살로 변모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그르노블 알프스대학의 지형학자 크리스텐 쿡은 오전 8시 40분쯤 현지의 지진 관측 장비에 대량의 물질이 갑자기 산 아래로 이동했음을 나타내는 신호, 홍수를 뜻하는 '유량 신호'가 기록됐다며 "(빙하가) 하류로 이동하면서 유량으로 전환된 '암석과 얼음 산사태'였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당초 이 지역에서 규모 4.4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기록했으나, 이후 산사태가 지진 신호를 발생시킨 것으로 판단했다. USGS는 빙하 붕괴로 인한 이번 산사태를 규모 5.2로 기록했다.

위성 이미지에는 전날까지 쌓여 있던 눈이 사라진 눈이 사라진 모습도 포착됐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빙하 붕괴를 재촉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슈가는 "영상 속 물의 양은 놀라울 정도로 많으며, 최근 유사한 빙하 재해들보다 규모가 한 자릿수는 더 크다"며 "여기에 또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네팔 바그마티주 보테코시강 일대와 북부 라수와 지구에 발생한 돌발 홍수로 현재까지 최소 16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실종됐다.

네팔 관광부에 따르면 사고 이후 관광객 403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이중 외국인은 341명이다.

한국 외교부가 파악한 연락 두절 한국인은 9명으로, 라수와 지역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034020) 관계자들이다.

빠르게 온난화되는 히말라야 전역에서 빙하가 녹으면서 눈사태와 지진이 급류를 방출해 피해를 일으킬 위험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에서도 히말라야 빙하가 붕괴해 발생한 대홍수로 100명 이상이 숨진 바 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