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일 '전쟁 반대' 야당, 총선 한 달 앞두고 출마 자격 박탈

'반전 야당' 야블로코, 9월 총선 후보 등록 취소…대법원 "선거법 위반"

러시아 정치당 야블로코의 니콜라이 리바코프 대표가 미신고 선거 운동 지원·선거 운동 규칙 위반 혐의로 오는 9월 의회 선거 출마를 금지한 대법원 심리 후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기자 및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다. 2026.08.1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러시아 대법원이 오는 9월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반전 성향 야당의 총선 출마 자격을 10일(현지시간) 박탈했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대법원은 야블로코를 상대로 친정부 정당 '로디나'(조국당)가 제기한 선거 출마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조국당은 야블로코가 서방 세력 등으로부터 미신고 선거자금을 지원받았다고 주장했다.

비아체슬라프 키릴로프 판사는 "정당 야블로코가 추천한 제9대 국가두마(하원) 의원 후보자 연방 명부의 등록 취소 청구를 인용한다"고 밝혔다.

니콜라이 리바코프 야블로코 대표는 판결 이후 "선거에서 야블로코를 배제하는 것은 당국이 불편해하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결정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리바코프 대표는 "우리 앞에는 먼 길이 있고, 죽음을 멈추고 평화를 되찾는 크고 중요한 과제가 있다"며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여기에 바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자유주의 성향의 야블로코당 지지자들이 친크렘린 성향의 민족주의 정당이 청구한 야블로코당 후보의 오는 9월 의회 선거 출마 금지 사건 심리가 열린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대법원 청사 밖에 모여 있다. 2026.08.10. ⓒ AFP=뉴스1

법원 밖에서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구성된 지지자 수백 명이 판결에 항의했다. 이들 일부는 러시아어로 '사과'를 뜻하는 야블로코에 연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사과를 들고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자유주의 성향 야당인 야블로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유일한 공식 등록 정당이었다. 시베리아 감옥에서 의문사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 등 여러 야권 인사의 지지를 받아왔다.

이 정당은 소련 붕괴 이후 한때 러시아의 유력한 자유주의 정치 세력이었지만, 현재는 지방 의회에서 소수의 의석만 보유하고 있으며 연방 의회에선 2007년 이후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며 전쟁에 반대하는 정치 활동가와 언론 매체를 탄압해 왔다. 지난 6월에는 야블로코 부대표 막심 크루글로프가 러시아군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러시아는 오는 9월 연방 하원(국가두마)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최근 국영 여론조사기관 '브치옴'(Vtsiom)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야블로코 등 원외 정당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지지율은 6.3%에 불과했으며, 유권자 3분의 2 이상은 집권당 통합러시아당 등 친정부 성향의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