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강화' 카자흐 개헌안 국민투표 가결…"민주주의 역행"

의회 해산권·요직 임명권 등 '제왕적 대통령' 길 터
국제인권단체 "시민 자유 위협하는 권위주의 공고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서 한 시민이 15일 개헌안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2026.3.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중앙아시아의 자원 부국 카자흐스탄에서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새 헌법이 압도적인 찬성률로 16일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15일) 치러진 개헌안 국민투표에서 투표율 73%에 찬성률이 87.15%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새 헌법은 오는 7월 1일 공식 발효된다.

개헌안의 세부 내용은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 상·하원 양원제를 폐지하고 '쿠룰타이'라는 단원제 의회로 전환한 것이다. 상원이 가졌던 주요 공직자 임명 동의권 등 핵심적인 견제 장치가 사라진다.

이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중앙은행 총재와 정보기관 수장, 헌법재판소장 등 국가 요직을 사실상 의회 견제 없이 임명할 수 있게 됐다.

대통령 권한은 더욱 막강해졌다. 의회가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를 두 차례 거부하면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대통령령으로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부통령직이 신설된 것을 두고는 향후 권력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민의 기본권 역시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개헌안은 표현의 자유가 "사회적 도덕성을 해치거나 공공질서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는 모호한 단서를 달아 정부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특히 기존 헌법에 명시됐던 '국제 조약이 국내법보다 우선한다'는 원칙이 삭제되면서 국제 인권 기준을 무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번 국민투표는 개헌안이 발표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당국은 투표율을 노이기 위해 유명 운동선수와 국영기업 노동자들을 총동원하는 한편, 개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활동가들과 언론인들을 구금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국제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국제 인권 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고 1인 지배를 공고히 하는 명백한 민주주의의 퇴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개헌이 권력 분립 원칙을 훼손하고 카자흐스탄을 더 폐쇄적인 권위주의 국가로 회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72세인 토카예프 대통령은 2019년 취임한 뒤 2022년 조기 대선을 통해 재집권에 성공, 2029년까지 7년 간 임기를 더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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