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자원의 보고, 라오스의 아이러니 [동남아시아 TODAY]

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장

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장

국제 NGO(비정부기구) 단체인 스팀슨 센터(Stimson Center)는 지난해 11월 라오스의 26개 희토류 광산과 수백 개의 비규제 채굴지가 토양과 수자원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광산 채굴로 인한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24년 2월에는 라오스 후아판주(Houaphanh)의 희토류 광산에서 유출된 독성 물질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자, 주민들이 “광산 개발을 아예 취소해달라"고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 적도 있다.

희토류는 자연계에 매우 드물게 퍼져 있는 금속 원소를 말한다. 희토류라고 해서 희귀한 건 아니다. 채굴이 어렵거나 다른 광물과 잔뜩 섞여서 순수한 형태로 정제하기가 어려운 원소들로 이뤄져 있어 희토류라 부른다. 희토류에는 전기차는 물론 반도체, 로봇,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등 인공지능(AI)과 21세기형 녹색 성장산업에 꼭 필요한 금속이 들어있다. 광산에서 나는 금속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들이지만 환경 오염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희토류의 1차 생산지인 라오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15일 라오스의 통룬 시술릿 국가 주석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재수교 30주년 만에 양국은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외교 관계를 격상했고, 이 대통령은 라오스를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파트너'라고 했다. 이번 회담으로 광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자원 공급처를 확보할 기반을 닦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희토류 수입의 절반가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라오스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라오스 북동부 시앙쿠앙주에 위치한 메콩강 지류의 남 느집 저수지의 위성사진. 이 지역에서는 희토류 채굴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플래닛랩스 PBC 제공. 2025.11.1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라오스는 구리, 금, 아연, 납 등 산업 원자재로 쓰이는 광물 매장량이 풍부할뿐더러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희토류를 보유한 나라다. 전기차 모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의 첨단 주력 산업의 필수 소재인 란탄족 원소들이 라오스에 매장되어 있다. 란탄족 원소란 란타넘에서 루테튬까지 15개 희토류 원소를 일컫는데, 이들은 서로 물리적·화학적 성질이 비슷해서 분리하기가 어려워 란탄족이라고 통칭한다.

외교 관계를 격상했다고 해서 라오스가 우리에게 필요한 핵심 광물을 다 공급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중국이 라오스 광물 상당량을 선점했고, 희토류는 거의 전량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라오스와 중국은 강력한 채굴 및 투자 협력 관계에 있으며, 2024년만 해도 라오스의 대중국 희토류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154% 급증했다.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란 얘기다.

치펑 골드(赤峰吉隆黃金), 샤먼(廈門) 텅스텐 등 중국 광산업체들은 라오스 국영 기업과 합작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희토류 광산을 확보했다. 중국 업체들이 라오스 북동부 시엥쾅, 후아판주 등에 있는 핵심 광산의 장기 채굴 승인을 받았고, 채굴한 원광을 중국 내 정제 시설로 보내거나 현지에서 1차 가공을 하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의 90%를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 라오스의 힘도 적지 않게 들어간 것이다.

라오스의 희토류는 주로 이온 흡착형 점토 형태로 매장되어 있어 정제 가치가 매우 높다. 여기서 정제되는 희토류는 모터용 영구자석 제작에 필수적인 원소가 포함되었는데, 이를 이미 중국이 선점한 상황이라 다른 지역에서는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2025년 라오스 정부는 자원 유출을 막기 위해 자국 내 광물을 원광 형태가 아니라 현지 가공을 거쳐 수출할 것을 강력히 권장했다. 희토류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거기에 중국이 2025년 '녹색 광물 국제 경제·무역 협력 이니셔티브'를 결성해 일종의 '친중 광물 동맹'을 맺은 것도 주목된다. 이 동맹에는 라오스와 캄보디아처럼 중국 자본의 광물 개발이 활발한 국가들이 포함됐다. 중국은 이로써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처를 확보하고 서방의 공급망 다변화 시도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한 영구자석 전문기업은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라오스에 뛰어들었고, 다른 업체도 지분 투자나 구매 계약 형태로 물량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라오스는 도로, 전력 등 산업 기반 시설이 열악하여 정제 시설 건설·물류 이동이 쉽지 않고, 라오스 정부의 정책 및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정책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에 한국 기업들도 라오스에 직접 대규모 정제 시설을 갖추기보다 베트남 등 제3국을 경유하거나 국내 정제 방안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라오스에서 채굴하여 베트남이나 한국에서 정제하는 모델이 가장 현실성 있을 것이다.

차세대 산업의 발전에 필수적인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도 라오스,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와의 관계를 굳건히 다질 필요가 있다. 유연한 외교가 튼실한 우리 경제 성장의 발판이 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첨단 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희토류 확보전은 태풍의 눈과 같다. 단순히 채굴만이 아니라 정제 기술과 그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 문제까지 얽히고설켜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라오스 희토류 협력이 환경이라는 또 다른 문제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살피고 살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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