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명 숨진 15년 전 악몽과 판박이"…상하이, 홍콩 화재에 전율

2010년 28층 아파트 외벽공사 중 화재…'대나무 비계'로 불길 확산

27일(현지시간) 홍콩 북부 타이포의 '왕 푹 코트'(Wang Fuk Court) 아파트 단지에 대형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실종자 수색을 준비하고 있다. 2025. 11. 27. ⓒ AFP=뉴스1 ⓒ News1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홍콩의 고층아파트를 휩쓴 대형 화재는 중국 상하이 주민들에게 15년 전 고층아파트 건물에서 58명을 숨지게 한 상하이 화재를 떠올리게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 '아미'라는 이름을 쓰는 한 누리꾼은 홍콩 화재 소식을 접하고 "이건 데자뷔다! 상하이 사람들, 특히 징안구 주민들은 이걸 볼 수가 없다. 너무 비극적이고 우리에게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즉시 되살린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에 다른 누리꾼들도 2010년 화재를 겪었던 경험을 공유했다.

'앤슨'이라는 누리꾼은 게시물에서 "한 경기장에서 노래 연습을 하던 중 밖에서 타닥거리는 소리를 들었다"며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고, 건물을 둘러싼 대나무 비계가 타오르며 폭발하고 있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2010년 11월 15일 상하이 징안구에서는 28층 고층아파트의 외벽 보수공사 도중 용접 불꽃이 튀어 나일론 그물과 대나무 비계에 불이 붙었다. 불이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58명이 사망하고 71명이 부상했는데, 피해자 다수는 해당 건물에 거주하는 은퇴 교사들이었다.

경찰 수사 결과 건설 관계자들의 불법 하도급, 허위 입찰, 리모델링 프로젝트 부실이 발견되면서 직권남용과 부패 혐의가 드러났고, 20명 이상의 공무원과 사업가가 최대 16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SCMP에 따르면 홍콩을 방문 중인 상하이 출신 주민 중에서도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추모에 나서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홍콩을 방문 중인 상하이 주민 웨이(20)는 "어렸을 때 고향 상하이에서 큰불이 난 적이 있다. 이번 사건이 그것을 떠올리게 해 이 기회를 빌어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싶었다"며 꽃을 들고 현장을 찾았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