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30년만에 최악 화재…외벽공사용 대나무 비계 타고 불길 번져
화재 위험에도 저렴하고 유연한 대나무 사용 관행 여전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홍콩에서 30년 만에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낳은 대형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불에 잘 타는 대나무 비계(飛階·공사용 임시 발판) 사용 관행이 화재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불길이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던 녹색 그물망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고 대나무 격자 구조물이 불길 속에서 붕괴하면서 화재 피해를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홍콩은 초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시임에도 전통적으로 공사 현장에서 대나무 비계를 널리 사용해 왔다. 대나무가 저렴하고 유연하며 풍부하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는 이미 더 튼튼한 금속 구조물로 대체했지만 홍콩에는 여전 약 2500명의 대나무 비계 기술자가 활동 중일 만큼 건물 외벽보수 공사에서 대나무 비계 사용이 일반적이다.
홍콩 정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화재 원인을 조사할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존 리 행정장관은 "건물관리국의 독립 검토팀이 건물 외벽과 비계용 그물망이 방염 기준과 기타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지 조사할 것"이라며 "문제가 드러나면 법과 규정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앞서 지난 3월 발표에서 신규 공공사업 계약의 50%에 금속 비계 사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는 화재 대비보다는 작업자 안전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대나무 비계 작업 도중 사망한 노동자는 22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홍콩 정부는 지난 7월 "현재로서는 대나무 비계 사용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올해만 이미 대나무 비계 관련 화재가 최소 4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에도 홍콩 센트럴의 치나켐 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불길이 건설용 그물망과 대나무 기둥을 집어삼켜 건물 외벽이 심하게 그을렸다.
부실공사를 폭로해 온 제이슨 푼은 "많은 주거단지의 비계에서 비슷한 화재 위험이 상존한다"며 "방염 처리가 되지 않은 그물망 문제를 지난해 여러 정부 부처에 제기했지만 외면당했다"고 주장했다.
홍콩 소방국과 건물관리국, 노동부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이날 오후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주거용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최소 44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 중 중상도 다수여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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