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갈매기' 할퀴고 지나간 필리핀, 140명 숨져·127명 실종

진행 경로 주민 80만명 대피…밤중 베트남 상륙 전망

6일(현지시간) 제13호 태풍 '갈매기'가 통과한 필리핀 세부 릴로안의 거리가 진흙으로 뒤덮여 있다. 2025.11.06. ⓒ AFP=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필리핀 중부를 강타한 제13호 태풍 '갈매기'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소 140명으로 나타난 가운데 127명이 실종됐다. 갈매기는 세력을 키우며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필리핀 국가재난방재청(NDRRMC)은 114명의 사망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다만 여기에는 세부주 당국이 추가로 집계한 28명이 포함되지 않아, 현재까지 최소 14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사망자 중에는 북부 민다나오섬 아구산델수르에서 태풍 피해 복구를 지원하던 중 추락한 군용 헬기 탑승자 6명이 포함됐다.

또 현재까지 127명이 실종됐으며, 태풍 진행 경로에 살고 있던 주민 80만 명이 대피했다.

세부 시 인근 릴로안에서는 홍수 피해 지역에서 35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주민들은 진흙더미를 헤치며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릴로안 주민 크리스틴 아톤(29)은 장애가 있는 언니 미셸이 집안으로 물이 차오르면서 침실에 갇혔고 결국 숨졌다며 "부엌칼과 쇠 지렛대로 문을 열어 보려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고 당시의 참상을 전했다.

세부 만다우에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레이날도 베르가라(53)는 "근처 강이 넘쳐 가게 물건을 모두 잃었다"며 "새벽 4~5시쯤에는 물살이 너무 거세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었다.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고, 물살은 정말 미쳐 날뛰었다"고 말했다.

인근 탈리사이에서는 강둑을 따라 형성된 비공식 정착촌이 통째로 쓸려 내려갔다.

네그로스섬에서는 최소 30명이 숨졌다. 갈매기가 동반한 폭우가 지난해부터 쌓인 칸라온 화산 정상의 화산재층을 무너뜨리면서 칸라온 시의 가옥이 매몰됐다.

갈매기는 이날 밤 베트남 중부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기상청은 상륙 시 약 8미터에 달하는 파도와 강력한 폭풍 해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보했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갈매기의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시속 155㎞, 순간 최대 풍속은 시속 190㎞에 이르며 세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이미 일주일간의 홍수로 47명이 사망했는데, 이번 태풍이 피해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쩐 홍 하 베트남 부총리는 "갈매기를 긴급하고 위험한 태풍으로 간주해야 한다. 매우 비정상적인 태풍이다"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태풍의 세력이 빠르게 커지고, 따뜻한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으면서 폭우가 심화한다고 보고 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