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수하르토에 '국가 영웅'이라니…인니 시민사회 강력 반발
정부 추진 움직임에 500명 공동 서한
프라보워 현 대통령, 수하르토 사위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인도네시아의 제2대 대통령이자 독재자였던 수하르토를 국가 영웅으로 추대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인권 운동가 등 시민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학자 등 약 500명이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수하르토를 '국가 영웅'으로 인정하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서한에서는 "수하르토에게 국가 영웅 칭호를 수여하는 것은 희생자들과 민주적 가치에 대한 배신일 뿐만 아니라, 개혁에 대한 배신이며 젊은 세대에게 위험한 역사 왜곡을 야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하르토 집권 시절 자행된 인권유린, 특히 1998년 그가 실각하기 직전 친 수하르토 세력에 의한 학생 시위대 학살 의혹을 강조했다.
서한에 서명한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수하르토에게 국가 영웅 지위가 수여된다면, 이는 인권 유린에 대한 기념비적인 외면이자 무감각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시아뉴스네트워크(ANN)에 따르면 앞서 지난달 30일 프라세티요 하디 인도네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프라보워 대통령이 국가 영웅 최종 후보 목록을 검토하고 있다며 오는 10일 '국가 영웅의 날' 기념식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법률에 따르면 국가 영웅 칭호를 받는 사람은 국가에 상당한 공헌을 했고, 범죄 전과가 없으며, 도덕적 정직성과 모범적인 행동을 보이는 등 특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수하르토는 2010년 이래로 여러 차례 국가 영웅 칭호 수여가 시도된 바 있다.
인도네시아군의 육군 소장이었던 수하르토는 1965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뒤 30여년 간 인도네시아를 철권통치하며 국가자금 유용, 인권유린, 동티모르 학살 등을 자행했다. 1998년이 돼서야 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를 축출하고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
수하르토의 사위인 프라보워 대통령은 '수하르토의 오른팔'로 불리며 수하르토 정권 당시 각종 인권침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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