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안 맞아"…日정부 美픽업트럭 구입 계획에 내부 비판

포드 F-150 100대 구입 검토…"日 도로 좁고 주차장도 작아" 비판
포드, 2016년 인기 없어 퇴출…"美에 지나치게 고개 숙였다" 지적도

포드 모터 컴퍼니 본사가 있는 디어본 앞에 포드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 모델이 주차돼 있다. 2024. 04.26. ⓒ 로이터=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일본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 일환으로 미국산 픽업트럭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내부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의 좁은 도로 상황과 맞지 않을 뿐더러 당초 인기가 없어 퇴출당한 미국산 픽업트럭을 공용차로 구매한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비위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교통 전문 매체 노리모노뉴스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국 포드의 픽업트럭 'F-150'을 100대 구매해 국토교통성 지방정비국의 공용차로 도입해 공사와 도로 순찰 등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150은 포드가 1948년부터 제조·판매하고 있는 'F 시리즈' 픽업트럭의 주력 모델로 미국에서 40년 이상 연간 판매 대수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차종이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산 픽업트럭이 "일본에서 운전하기에 부적절한 차"라고 공통으로 지적했다.

F-150은 전장이 약 5.3~6.2m, 전폭이 약 2m(미러 제외)로, 일본의 일반적 주차장 크기가 길이 5m, 폭 2.5m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운용 현실성이 낮다는 것이다.

매체는 "이 거대한 자체는 광대한 국토를 가진 미국에서 지지받는 이유"라며 "말 그대로 미국 라이프스타일에 깊게 뿌리내린 차"라고 지적했다.

또 포드는 지난 2016년 9월 일본 시장에서 철수해 정규 판매망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점검이나 수리 같은 유지보수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지에도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노리모노뉴스는 "포드가 일본에서 내몰린 것은 (일본 자동차 시장의 폐쇄성 때문이 아니라) 소비자가 구매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일본 시장에서 도태된 제조사의 제품을 세금으로 구매한다는 데 납세자로서 한숨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픽업트럭 구매로 지나치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공용차 도입 검토 배경에는 일본이 미국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불만도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미국으로 자동차 139만 대를 수출했으나 미국에서 수입한 차는 약 1만 5000대에 불과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미국 차를 구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이끌었던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것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F-150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에 들 것"이라고 도입을 시사했다.

하시모토 토오루 전 오사카지사는 '일요보도 더 프라임'에 출연해 "미국산 자동차가 일본에서 팔리기 어려운 불공정한 규칙이 있다면 이를 정비하는 것은 좋지만 정부가 공용차로 미국산 자동차를 사는 건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는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다면 구매해서 한 번 경매에 내놓고 국민에게 얼마나 인기가 없는지 보여주는 정도로 했으면 한다"며 "그냥 사기만 하는 건 한심하다"고 혹평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