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단골 말레이 한식당 사장, 암살 두달 전 망명 권했었다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이복형 김정남이 2017년 암살 몇 달 전 단골 식당 사장으로부터 망명 권유를 받았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아사히신문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한식당 '고려원' 사장 알렉스 판 씨를 인터뷰해 이같이 보도했다.

판 씨는 약 40년 전 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이주해 쿠알라룸푸르에 한식당을 열었다. 김정남은 2007년쯤 처음 가게를 찾은 뒤 10년간 단골로 드나들었다. 주로 아내와 함께 식사했고 소갈비, 냉면, 오징어볶음, 소주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판 씨는 2016년 12월 김정남의 신변에 위협이 생겼음을 감지하고는 그에게 망명을 권했다. 김정남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2013년 처형됐고, 장 부위원장의 주변 인물들이 숙청됐다는 소식도 잇따르던 상황이었다.

김정남은 가게를 방문할 때마다 늘 경호원을 2명씩 대동했지만, 2016년 말부터는 혼자 다니는 일이 늘었다.

판 씨는 말레이시아 한인 단체에서 임원을 맡기도 했고, 미국과 한국 대사관에도 인맥이 있었다. 판 씨는 이 인맥을 활용해 미국이나 한국으로 망명할 것을 권유했으나, 김정남은 "괜찮습니다" "정치 얘기는 그만합시다"라고만 답한 뒤 가게를 나섰다.

판 씨는 그를 따라나서 "진심으로 당신을 걱정한다" "미국, 한국 대사관에 친구가 있어 당신을 도울 수 있다"며 재차 설득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김정남은 가게를 찾지 않았고 2017년 2월 암살됐다.

판 씨는 "그때 좀 더 강하게 망명하라고 권유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고 회상했다.

김정남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성혜림 사이에서 1971년 태어난 장남으로, 김정일의 셋째 부인이자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 고영희에게서 태어난 김정은 총비서의 이복형이다.

김정남은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여성 2명에게 독살당했다. 한국 정부와 정보당국은 북한 최고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암살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