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박해받는 소수민족 '미얀마 로힝야'

유혈충돌 속 12만명 이상 '피난길'
60년대 이후 불교민족주의 내세운 군부가 탄압

4일(현지시간) 미얀마 정부군과 로힝야족 무장세력간 유혈충돌을 피해 로힝야족 난민들이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국경의 우키아에서 쉬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고문과 성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수많은 사람들이 무참히 살해돼도 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동남아 망망대해에 고립된 목선에서 삶을 다한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소수민족 중 하나인 미얀마 로힝야족 얘기다.

필사의 사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로힝야 무장단체와 정부군 사이에 충돌이 빚어져 수백명이 숨지자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난한 로힝야족은 현재 약 12만5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누구이고, 이들의 고통은 언제 시작됐을까.

로힝야는 불교국가 미얀마 내 이슬람 소수민족으로 인도아리안족에 속한다. 방글라데시와 태국,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에도 일부가 거주하고 있다. 고유 언어를 사용한다. 미얀마에선 서부 라카인주에 약 110만명이 살고 있다. 라카인주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이들은 대부분 난민촌에 거주하고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미얀마엔 인도 아대륙에서 건너와 수세기 전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특히 벵골지역(현재 방글라데시 벵골과 인도 서벵골)은 라카인주(과거 아라칸)과 역사적, 문화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하지만 영국 식민지 시절에 벵골 농장 노동자들이 대거 이주했다는 주장도 있다. 미얀마(당시 버마)는 1937년까지 식민지 인도의 일부였다.

과거 이들의 삶은 현재와 판이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뒤에 미얀마 정부와 의회 요직을 로힝야족 출신이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독립국을 세운다는 목표로 활동한 로힝야 무자헤딘(전사)도 있었다.

하지만 1962년 쿠데타 뒤로 상황이 급변했다. 네윈 장군은 20여년간 로힝야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펼쳤다. 이 시기에 로힝야족은 국적을 잃었고, 일부는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등으로 떠났다.

2015년 난민선을 빽빽이 채운 미얀마 로힝야족. ⓒ AFP=뉴스1

1970년대에는 라카인주 승려와 불교도들이 지역의 인구구조가 변하고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로힝야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1982년 네윈 정부는 국적법을 제정하면서 버마어를 사용할 수 있고 가족이 독립 전에 미얀마에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면 국적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로힝야는 '뿌리'를 증명할 수 없었다.

권위주의와 불교 민족주의를 앞세웠던 군부 통치 시절에 로힝야에 대한 탄압은 반복됐다. 불교도들 사이에선 반(反)무슬림 정서도 확산됐다. 특히, 억압은 2011년 이후 격화됐다. 군부가 문민 정부로 이행되는 시기였다.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135개 소수민족이 국적을 인정받았지만 이들은 제외됐다.

이들은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국의 승인없이는 라카인주 거주지조차 떠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2014년 미얀마에서 30년만에 처음 진행된 인구총조사에서 로힝야는 제외됐다. 미얀마 당국과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불교도들 대다수는 이들을 '벵갈리스'라고 부르며 불법 이민자로 여기고 있다.

방글라데시 또한 이들을 동포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국경을 넘어올 때 난민촌에서 생활하도록 지원하기도 있지만 강제로 송환한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다른 국가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5년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이들을 서로 받지 하지 않아서 목선이 동남아 해상에서 고립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어민들에게 이들을 구조하지 말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청소'(ethnic cleansing)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인식은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로힝야족에 대한 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자카르타에선 미얀마 당국에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수차례 벌어졌다.

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로힝야족 난민이 미얀마 정부에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지난달 말부터 미얀마에서 유혈 충돌과 이에 따른 로힝야족의 피난행렬이 계속되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무슬림 국가들은 탄압을 중단하라며 미얀마 당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무슬림 인구가 밀집한 러시아 체첸 지방에서도 4일 지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미얀마 최고 실권자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을 만나 인도네시아의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불교도 주민들의 지지 확보를 위해 로힝야족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수지 여사는 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이 나라에 있는 모든 주민들이 그들의 권리를 보호받고 정치적인 권리뿐 아니라 사회적·인도적으로 보호받을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확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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