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반도 가르는 中·泰 크라 운하 건설 계획…희대의 사기극?

주태국 中대사관 "정부 참여 없다" 공식 부인…신화통신 "사업주체 실체도 없어"

(사진출처=바이두) ⓒ 뉴스1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중국과 태국이 말레이반도의 허리를 관통하는 인공 대운하인 '크라 운하' 건설을 추진한다고 중국 남방일보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 15일 중국 광저우에서 크라 운하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방콕주재 중국대사관은 정부 차원의 논의는 없었다고 공식 부인하고 중국 관영언론들도 보도의 신빙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며 동남아판 파나마 운하로 불리는 '세기의 건설'이 설익은 계획단계이거나 투자를 노린 사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남방 일보 등이 보도한 크라 운하는 말레이 반도 북부 태국내 크라계곡에 길이 102km, 폭 400m, 수심 25m의 운하를 건설해 태평양(남중국해)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총 280억달러가 투입돼 10년에 걸쳐 추진된다.

그러나 이번 보도와 관련 태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타당성 조사 등 협력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어떠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민간 추진 사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차이나데일리 등은 전했다.

타 중국 관영매체들도 의문을 표했다.

신화통신은 크라 운하 MOU 체결 내용과 관련한 문건을 인용해 "광저우에서 크라 운하의 연구성 조사 및 투자 설명회가 열렸다"며 중국 측에서는 룽하우(龍浩)국제그룹 담당자가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룽하우 측이 당시 설명회에서 "크라 운하를 건설하게 되면 광둥, 푸제니 상항, 저장 등 연해도시 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 각국 간 무역 왕래가 증가해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실현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MOU 체결 현장에 있었던 한 관계자를 인용 "회의에 당국자는 출석하지 않았으며 태국 측에서는 '태국운하 국제위원회' 측이 대표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신이 현장에서 판단하기에 이번 협력은 매우 초기의 협력 단계로 실제로 공사가 시작된 것도 아니며 내용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룽하오 측과 연락을 취한 결과 MOU 체결 주체, 기업 정보 등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대답으로 일관했고 나중에는 "이는 국가 기밀로 알려줄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광둥성 공상국 홈페이지에도 '룽하우그룹'은 '룽하우국제집단유한공사'로 검색이 되지만 광둥성 내에서는 사용이 금지됐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방의 파나마운하'라고 불리는 크라 운하는 17세기 태국에서 첫 제기된후 약 100년 전 당시 태국 국왕이던 라마 5세가 크라 운하 추진을 정식 제안했으나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데다 두차례의 세계대전이 벌어지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지난 2004년 탁신 당시 태국 총리가 이 계획을 다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앞선 보도대로 크라 운하가 건설되면 기존 말라카해협을 지나던 선박들은 이동 거리를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년 8만척이 넘는 선박들이 싱가포르의 말라카해협을 거치고 있는데 크라 운하를 이용할 경우 1200km의 거리를 단축할 수 있어 최소 2~5일을 절약할 수 있다.

10만t급의 유조선이 크라 운하를 지난다고 가정했을 때 편도 기준으로 약 35만달러의 운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현지 언론은 설명했다.

중화권 언론은 이번 프로젝트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중-러 고속철도 건설에 이어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면서 싱가포르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을 들어 중-미가 충돌할 경우 중국 원유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말라카해협을 봉쇄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크라 운하가 개통되면 이같은 위험성이 해소되고 대(對) 동남아 전략에 있어서도 중요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ej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