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의 바다에서 단둘이 결혼할까…낭만의 '채플 웨딩'
바다와 하늘 한가운데…"다른 시공간에 있는 듯"
소규모 색다른 결혼식·리마인드 웨딩 등 다양
- 문창석 기자
(괌=뉴스1) 문창석 기자 = 넘실거리는 남태평양의 파도는 해변에 밀려오자 천천히 스러졌다. 모래사장과 마주한 절벽의 끝에는 총천연색 열대꽃이 지천으로 폈고, 한가운데에는 새하얀 채플(Chapel)이 섰다.
닫혀 있던 입구가 열리자 절벽 밑으로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가 신랑과 신부의 시야를 감쌌다. 수평선 너머 하늘은 바다보다 푸르렀고, 신부의 민무늬 하얀 드레스는 화려하게 빛났다.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둘은 사랑의 서약을 올렸다.
틀에 박힌 결혼식 대신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인생의 새 출발을 하는 '해외 채플 웨딩'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의 어디에나 있는 예식장에서 모든 지인을 시끌벅적하게 모아놓은 것과 달리, 남국의 바다에서 가족 10여명가량의 축복을 받으며 올리는 소규모 결혼식이다.
'채플'은 일반적으로 예배당을 의미하지만, 괌 등에선 근방의 호텔과 연계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채플이 푸른 바다와 인접해, '영화 같은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 여름 괌의 한 채플에서 결혼한 박모씨는 "통유리 바깥으로 넓은 바다와 하늘이 펼쳐져 수평선 위를 걷는 것 같았다"며 "다른 시공간에 있는 듯한 그 느낌을 평생 기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율적인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본적인 순서는 기존 결혼식과 비슷하지만, 웨딩 리셉션이나 결혼사진 촬영 등 여러 과정에서 신랑·신부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다. 지난해 괌에서 결혼한 김모씨는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포즈와 풍경을 배경으로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괌은 '채플 웨딩'의 명소로 꼽힌다. 한국과 달리 사계절 내내 맑은 날씨라 남국의 파란 바다와 하늘이 더욱 돋보인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4시간밖에 걸리지 않고 공항과 채플이 가까워 접근성도 좋다. 과거부터 일본인들이 괌에서 채플 웨딩을 많이 해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는 점도 장점이다.
괌의 대표적인 채플로는 닛코 괌 호텔의 '크리스탈 채플', PIC 괌의 '레인보우 채플', 쉐라톤 라구나 괌 리조트의 '화이트 애로우 채플', 힐튼 괌 리조트의 '아쿠아 스텔라 채플' 등이 있다.
네 곳 모두 전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결혼식을 하며 바다를 넓게 조망할 수 있다. 내부에는 식당도 마련돼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 피로연을 할 수도 있다.
보통은 국내의 해외 웨딩 전문업체를 통해 패키지로 진행한다. 채플이 있는 호텔을 골라 그곳에 머물며 결혼식을 준비하는 식이다. 패키지에는 채플 대여와 주례, 사진 촬영, 드레스·턱시도 대여, 메이크업, 꽃장식, 통역 등이 포함돼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 웨딩업체에 따르면 괌에서 결혼식을 할 경우 들어가는 패키지 비용은 500만~600만원(숙박비·항공료 제외) 정도다.
주로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색다른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젊은 신랑·신부들이 선호한다. 다만 최근에는 초혼이 아닌 중·장년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인범 쉐라톤 라구나 괌 리조트 차장은 "리마인드 웨딩 같이 부조를 걷을 필요 없고 참석자도 소규모가 될 수밖에 없는 분들도 찾는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업체를 통해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고 가격도 크게 높지 않아 대중화됐다는 평가다. 엄미숙 엠웨드앤허니문 대표는 "소수의 부유층이 하던 10여년 전과 달리 이제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며 "현재 일본에선 결혼식의 30% 정도를 해외에서 하는데, 일본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한국도 비슷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은하 닛코 괌 호텔 차장은 "앞으로의 새 마켓이 될 것이라 본다"며 "한국에서 한번 계기가 생긴다면 한순간에 활성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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