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보홀을 사랑하기에 충분한 시간
[나도, 여행기자]임유정 독자 모녀의 세부·보홀 여행기 ②
- 윤슬빈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이번 우리 모녀의 여행에서 가장 핵심 키워드는 '마사지' '쇼핑' 그리고 '보홀'이었다.
보홀은 세부 피어 1 선착장에서 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섬이다. 여행 일정이 좀 여유롭다면 세부에서 지내는 동안 하루 정도 보홀을 찾지만, 뜻밖에 보홀만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일정이 무척 짧았던 우리 모녀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정에 억지로 공간을 만들어내 보홀을 끼워 넣었다. 결코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육지에서 탄 배가 적당히 파도를 타며 보홀로 향했다. 객실 중앙에 위치한 스크린에선 영화 '모아나'가 재생되고 있었다. 섬으로 향하는 길에 '모아나'라니 이보다 적절할 수가 없었다. 영화가 끝날 때쯤 잠시 사라졌던 직원들이 나타나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배가 탁빌라란 항구에 닿았다.
[나도, 여행기자] 50대 엄마와 20대 딸이 세부에 다녀왔다.
◇ 7000여 개 필리핀 섬 중 가장 가고 싶었던 '보홀'
탁빌라란 선착장은 매일 육지에서 페리로 공수되는 식품과 물건, 사람들로 북적인다. 보홀의 물가는 육지보다 다소 비싸다. 보홀에서 파는 대부분 물건 또한 세부에서 배로 공수받은 것이기에 쇼핑하기엔 세부가 낫다. 물론 보홀에도 쇼핑몰은 존재한다. 페리 체크인을 마친 여행객들이 탁빌라란 선착장에서 가까운 BQ몰을 툭툭으로 잠깐 다녀오기도 한다.
섬부자 필리핀은 약 70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보홀은 부속 섬만 75개가 될 정도로 큰 섬에 속한다. 섬을 둘러싼 아름다운 산호초, 하얀 모래 등 보홀은 내가 상상하는 동남아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 거기에 수많은 언덕들이 마치 초콜릿들이 모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형인 초콜릿 힐과 같은 독특한 관광지까지 있으니 완벽한 동남아 여행지다.
보홀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면 엄청난 호객꾼들이 여행객들에게 붙는다. 보홀 중심가인 '팡라오'로 향하기 위해 우린 에어컨이 나온다는 밴을 두고 우린 트라이시클을 탔다. 저렴한 가격에 혹해 탔는데 무려 한 시간이 걸린단다. 트라이시클은 50cc급으로 보이는 오토바이 옆에 보조 좌석을 단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
기사가 말했던 것보다 딱 20분 더 걸려 리조트에 도착했다. 엄마는 눈도 맵고, 코도 맵다며 연신 손수건에 얼굴을 묻었다. 8시간 같은 80분이 지나고 우리의 트라이시클이 리조트 정문에 도착하자 게이트를 지키던 직원들이 모두 일어선다. 다소 놀란 눈으로 다가와 예약을 확인한 후 무전기에 대고 다소 독특한 숙박객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아마 아모리타 리조트 오픈 이래 트라이시클로 도착한 손님은 처음일 거다.
◇ 모녀의 휴양을 위해 선택한 '아모리타 리조트'
보홀에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리조트는 따로 있다. 대부분 리조트가 모두 알로나 해변을 마주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헤난 리조트는 해변과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어 가장 인기 있다. 하지만 이미 매진이라니 고민에 빠졌다. 엄마에게 물어봤더니 길게 고민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오른쪽'이라고 하셨다. 항상 엄마는 내가 오래 품은 고민거리에 이렇게 쉽게 대답을 해주신다. 그렇게 고른 숙소가 '아모리타 리조트'였다.
스페인어로 '디얼리 러브드'(Dearly loved)란 말로 '사랑받게 되는 리조트'란 뜻이다. 리조트가 지향하는 바가 패기롭게 느껴지는 이름이다. 리조트에서 가장 저렴한 객실을 예약했는데 모든 객실이 스위트급이다. 객실은 다섯 식구가 살아도 될 정도의 크기에, 천장도 높아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또 총 60개의 객실만을 운영하고 있어 리조트 내에 전체적으로 평온한 느낌이 났다. 투숙객보다 많아 보이던 직원들은 세 번, 네 번 마주쳐도 한결같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역시 엄마 말 들어서 나쁠 게 하나 없다.
아모리타 리조트는 알로나 해변 기준으로 가장 왼쪽 가장자리, 절벽 위에 있다. 투숙객은 가드가 지키는 문을 지나 알로나 해변으로 내려가 바다에서 수영할 수도, 선베드를 이용할 수도 있다. 물론 리조트 내 수영장이 두 곳이나 있지만 알록달록한 고기들이 보이는 맑은 바다에서의 수영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수평선을 바라보고 꾸준히 걸어가도 물은 내 허리춤까지밖에 오지 않았다. 수영을 막 배우기 시작한 꼬꼬마 엄마는 염분이 높아 수영장보다 바다가 더 뜨기 쉽다며 좋아했다.
리조트 내 수영장 중 한 곳은 '체크인 카운터' 앞에 있다. 체크인하면서 수영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서 이 모든 사인회를 마치고 당장 뛰어들고 싶었다. 바다와 맞닿은 것처럼 보이는 '인피니티 풀'인데 전망은 좋지만 그렇게 큰 수영장은 아니다. 메인 수영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조식을 먹는 식당 앞이었는데 인피니티 풀보다 더 늦은 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었다. 저녁에 살짝 들어가 보니 물이 너무 따뜻해서 '온도조절이 되는 최첨단 풀이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햇빛이 너무 강해 아침에 데워진 물이 저녁까지 유지된 것이었다. 아침엔 잠이 다 달아날 정도로 시원했다.
◇보홀의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알로나 해변'
리조트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알로나 해변은 보홀에서 가장 이른 시간부터 분주한 곳이다. 매일 스노클링과 다이빙 투어를 떠나는 여행객들이 아침을 연다. 리조트와 연결된 알로나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tvN '윤식당'의 촬영지인 발리의 길리 섬이 이런 분위기일까 싶다. 해변을 따라 늘어져 있는 식당들과 좌판들이 TV 속 그곳과 비슷하다. 알로나 해변은 섬의 서쪽에 위치해 일몰을 보기에 최적이다. 알로나비치가 보이는 태국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해가 수평선으로 내려가면서 사람들은 음식보다 바다를 더 많이 바라본다.
매일 찾아오는 일몰일 뿐인데 어쩌다 이 식당에 앉아 함께 일몰을 감상한 사람들과 묘하게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는 일몰하면 '주황색'을 떠올리지만 보홀의 일몰은 '분홍색'이었다. 로맨틱한 분위기에 바다 너머로 사라지는 해라니. 거기에다 밤이면 이렇게 별이 많은 하늘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을 더듬게 된다.
◇ 보홀 한인 마사지숍에서 최고의 오일 마사지를 받다
난생 처음 마사지를 받은 것은 푸껫이었다. 14박을 배낭 하나로 돌아다녔던 가난한 여행이었다. 오랜 시간 발품 판 후 가장 저렴했던 곳으로 쭈뼛쭈뼛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언니가 날 마사지하는 것인지, 내 등이 이 언니 손을 마사지하는 건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사지하는 내내 타이어로 옆 마사지사와 수다를 떨던 것도 마사지 받는 사람 입장에서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마사지를 일정에 넣지 않았다.
그러나 마사지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50대 엄마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했다. 그래서 가장 최근에 보홀에 다녀온 지인이 추천한 마사지숍을 예약했다. 추천받은 마사지샵에서 우리가 고른 코스는 90분에 9000원도 안 되는 가격의 전신 오일 마사지였다.가장 무난한 것이 오일 마사지였고 90분 이상의 마사지 코스를 이용하면 리조트까지 왕복 셔틀 서비스가 된다는 이유에서 골랐다. 동남아치고도 지나치게 싼 가격이라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픽업 나온 골프장 카트를 타고 마사지숍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리조트였는데, 리조트 내에 마사지 숍이 있었다. 인사치레 없이 예약한 마사지 코스를 확인하더니 무작정 어두운 방으로 안내한다. 한 공간을 커튼으로만 구분해놓은 곳이었는데 상황에 따라 바닥에서, 마사지침대에서 받는 것 같았다. 어쩌다 보니 엄마는 바닥의 매트리스로, 나는 마사지 침대에 누웠는데 두 언니가 들어오더니 '언니 엎드려'라고 한다. 시키는 대로 벗고 누웠더니 익숙하게 오일을 꺼내 등부터 마사지를 시작했다.
그런데 마사지사의 첫 손길에 왠지 나도 '마사지'란 '개미지옥'에 들어설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까지 세심하게 만져주니 엄마와 함께 여행하느라 긴장되었던 몸이 나른해졌다. 마사지숍 곳곳에서 코 고는 소리가 울렸던 이유를 알았다. 90분 후, 여행 중 최대의 팁이 나갔다. 엄마는 숙소에 들어와 나른하다며 옷도 갈아입지 않고 잠들었다. 잠결에 '내일도 마사지 받으러 가자'고 얘기한 것 같지만 못 들은 척했다. 엄마 내일은 집에 가야지.
◇ 보홀에서 즐길 수 있는 투어는?
보라카이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보홀은 오랫동안 현지의 다이버들과 스노클링을 즐기는 이들에게 천국이라고 불렸다. 그래서 보홀은 오픈워터 자격증을 취득하기에 좋다. 대부분 한국 여행사들은 오픈워터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여행 상품을 제공한다. 사이판, 오키나와, 푸껫 등도 오픈워터 자격증을 따기 좋은 여행지로 인기 있지만, 필리핀에서의 취득 장점은 아무래도 저렴한 물가다.
비행깃삯을 포함하더라도 저렴한 취득 비용과 더 맑은 시야,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인 것이 이점이라고 한다. 엄만 최근에 물과 친해지기 시작해 아직 바다 수영도 어렵다. 후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 새로운 곳을 경험해보고 싶다. 밖에서 봐도 이미 예쁜데 물속은 얼마나 더 예쁠까. 발리카삭으로 다이빙을 떠나는 배들 사이에서 돌핀 워칭을 떠나는 배도 보인다. 보홀에선 다이빙 투어뿐 아니라 돌핀워칭도 할 수 있다. 돌핀 워칭은 연중 내내 가능하지만 주로 3월에서 6월을 감상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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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1 여행 전문 섹션 'N트래블'에선 일반 여행객의 시선으로 작성한 '솔직'하면서 '톡톡' 튀는 여행기를 소개하는 '나도, 여행기자'를 마련했다. 지난 시리즈에 이어 50대 엄마와 20대 딸이 떠난 필리핀 세부·보홀 여행기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