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N여행] 런던은 지금, 새빨간 양귀비로 물들었다

11월 11일, 리멤버런스 선데이

지난 2014년 ‘1차 세계 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이해 런던타워 주위는 88만8246개의 빨간 세라믹 양귀비로 뒤덮였다.ⓒ AFP=뉴스1

(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거리 어딜 보아도 빼빼로 데이 이벤트가 한창이다. 알록달록하게 포장된 빼빼로로 가득한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 런던의 거리는 빨간 양귀비꽃으로 물든다.

런던의 색다른 얼굴을 만나고 싶다면 11월에 떠나보자.

붉은 양귀비는 군인의 피를 상징하기도 한다.ⓒ AFP=뉴스1

1918년 11월 11일 11시에 제 1차 세계대전이 종식됐다. 영미권 국가에선 전쟁에 참전한 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이날을 기념일로 지정했다. 영국에선 ‘리멤버런스 선데이(Remembrance sunDay)’로 부르며 그 외에 영미권 국가에선 ‘리멤버런스 데이’라고 부른다. 이를 추모하는 의미로 매년 11월엔 런던 곳곳은 양귀비로 장식되며, 사람들은 자신의 가슴팍에 양귀비 모양의 뱃지를 부착한다.

런던 화이트홀 기념비에 꾸며진 참전용사들을 애도하는 화환들.ⓒ AFP=뉴스1

최근 잉글랜드 축구협회(FA)와 국제축구연맹(FIFA) 사이에 한창인 양귀비 논란도 바로 이날을 추모하기 위한 것.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11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예선전을 앞두고 축구협회에 양귀비꽃 문양을 유니폼에 착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유니폼 등에 정치나 종교, 상업적 메시지를 표시할 수 없도록 한 규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지난 2015년 런던의 상징인 빅벤에 양귀비 레이저 조명이 설치됐다.ⓒ AFP=뉴스1

다른 꽃도 아니고 왜 양귀비일까? '마약', '당나라의 절세미인' 등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귀비엔 숨은 뜻이 있다. 세계대전 당시 격전지인 벨기에 플랑드르에서 흐드러지게 핀 양귀비를 보고 캐나다 군의관 존 매크래가 쓴 ‘플랜더스 들판에서’라는 시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양귀비의 꽃말마저 ‘위로’와 ‘위안’이다.

11월에 런던을 떠나면 어디서든 양귀비를 만나볼 수 있다.ⓒ AFP=뉴스1

리멤버런스 선데이 주간 동안엔 상점마다 양귀비를 테마로 만든 시그지처 상품들을 선보이며, 런던의 상징인 2층 버스도 양귀비로 꾸며진다. 지난 2014년엔 ‘1차 세계 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이해 런던타워 주위는 88만8246개의 빨간 세라믹 양귀비로 물들었다. 올해는 런던을 대표하는 성당인 세인트 폴 대성당 앞에 일렉트로닉 스크린이 설치됐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