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없었지만' 꼴찌 후보서 봄배구까지…흥국생명 '성공적'
시즌 전 하위권 전망 깨고 정규시즌 4위로 봄배구
요시하라 감독 용병술 돋보여…선수층 넓혀 기대감↑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지난 시즌 디펜딩챔피언이지만, '배구여제' 김연경이 빠진 흥국생명에 대한 평가는 가혹했다. 봄배구는커녕, '꼴찌 후보'로까지 점쳐질 정도였다. 김연경이 차지하던 비중을 생각하면 일견 타당한 예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선전을 이어갔다. 일본인 사령탑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의 지휘 속에 '김연경의 팀'이 아닌,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되는 조직력을 일궜다. 봄배구는 단 한 경기로 끝났지만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흥국생명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6 V리그 여자부 준플레이오프(준PO) 단판 승부에서 GS칼텍스에 세트스코어 1-3(25-19 21-25 18-25 23-25)으로 패했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올 시즌을 최종 4위로 마감하게 됐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팀의 성적으론 다소 아쉽지만,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1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여기엔 김연경의 역할이 매우 컸다. 공수 겸장에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까지 갖춘 김연경의 존재는 다른 팀의 외국인선수 그 이상이었다.
김연경은 은퇴 시즌까지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뒤 유니폼을 벗었다. 올 시즌 흥국생명은 김연경 없이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우승 감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대신 사상 최초의 외국인 여성 감독인 요시하라 감독을 선임했고, FA 신연경, 이고은, 문지윤, 김다솔을 모두 붙잡았다.
여기에 FA 최대어로 꼽히던 미들블로커 이다현까지 영입하며 중앙까지 보강했고, 외국인선수로는 레베카 라셈을 지명하고 아시아쿼터로는 아닐리스 피치와 재계약했다.
그럼에도 시즌 전 평가는 냉정했다. 김연경이 빠진 공백이 크게 작용해 봄배구가 부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흥국생명은 초반부터 상위권 순위를 유지했고, 독주를 이어가던 한국도로공사를 한때 견제하기까지 했다.
요시하라 감독을 중심으로 한 조직력이 몰라보게 탄탄해졌다. 김연경에 의존하던 선수들이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기 시작했고, 수비와 토스 등 기본기가 크게 성장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범실이었다. 다른 지표에선 대부분 하위권이었는데, 흥국생명은 팀 범실이 7개 구단 중 562개로 가장 적었다. 범실이 가장 많은 정관장(726개)과는 150개 이상 차이 나고, 최소 범실 2위인 도로공사(624개)와의 격차도 매우 크다.
일본 여자 대표팀에서 볼 수 있는 끈끈하고 아기자기한 배구가 흥국생명에 이식된 것처럼 보였다.
요시하라 감독의 용병술도 돋보였다. 주전 세터 이고은이 시즌 내내 부상에 신음했지만 신예 서채현을 과감하게 기용해 초반을 이끌었고, 중반 이후엔 베테랑 이나연을 영입해 주전으로 다듬었다.
선수 기용 폭도 매우 넓었다. 외국인 선수 레베카, 피치도 부진하면 어김없이 벤치로 불러들였고 국내 선수만으로 경기를 잡은 경기도 적지 않았다. 돋보이는 기량의 선수가 없어도 적재적소에 선수들의 재능을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흥국생명이 정규리그를 19승17패, 5할 이상의 승률로 따낸 건 분명 전력 이상의 성과였다. 준PO에서도 1세트에서 레베카를 벤치에 앉혀두고 정윤주-최은지 쌍포로 승리하는 등 흥국생명의 저력은 이어졌다.
상대 외인 지젤 실바의 괴력을 당해내지 못한 채 끝내 무릎을 꿇었지만, 흥국생명은 누구보다도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다음 시즌은 더욱 기대감이 높다. 올 시즌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한 단계 더 도약할 '팀 흥국생명'에 대한 기대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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