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혜선·인쿠시 효과 미미…꼴찌 정관장, 반등 열쇠는 수비[V리그포커스]

수비 무너지며 공격 함께 삐끗…초라해진 준우승팀
메가·부키리치 쌍포 공백 여실…수비 살아나야 희망

최하위에 처진 정관장. (KOVO 제공)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주전 세터 염혜선이 복귀하고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아시아쿼터 외인 인쿠시까지 영입했지만 정관장의 반등이 요원하다. 최하위에서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진에어 2025-26 V리그 정규시즌은 3라운드까지 진행됐다. 전체 6라운드 일정의 반환점을 돈 셈이다.

여자부의 경우 시즌 전 '춘추전국'의 양상이 예상됐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한국도로공사와 현대건설의 '양강 구도'가 잡히고 있다.

그 뒤를 쫓는 흥국생명, GS칼텍스와 김호철 감독 사퇴 후 반등하고 있는 IBK기업은행까지 봄배구의 희망을 가질 만한 상황이다.

창단 이래 4시즌 연속 꼴찌에 머문 페퍼저축은행과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에 빛나는 정관장은 다소 뒤로 처져 있다. 그중에서도 정관장의 성적이 예상을 크게 밑돈다.

정관장은 현재까지 5승13패(승점 15)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최근 9연패 수렁에 빠진 페퍼저축은행(6승11패·승점 17)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르고도 승점 2점이 밀린다.

정관장은 지난 시즌 '쌍포'로 활약했던 메가왓티 퍼티위와 반야 부키리치를 모두 떠나보내고, 국내 공격수 표승주마저 은퇴하면서 전력 약화가 점쳐졌다.

부상에서 복귀한 세터 염혜선(왼쪽). (KOVO 제공)

그래도 시즌 초반까진 잘 버텼는데, 12월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최근 4연패는 더욱 뼈아프다. 정관장이 반등의 기점으로 삼았던 시기에서 오히려 1승도 추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관장은 지난 19일 GS칼텍스전에서 주전 세터 염혜선이 복귀했다. 염혜선은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무리한 출전을 이어가며 오른 무릎 수술을 받았고, 시즌 개막 직전 왼 무릎 수술까지 받으면서 2달 가까이 결장했다.

신예 최서현으로 어렵사리 버텨왔던 정관장에겐 경험 많은 염혜선의 복귀가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였는데, 아직까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쿼터 외인도 새롭게 영입했다. 역시 부상에 신음하던 위파위 시통 대신 배구 예능을 통해 이름을 알린 몽골 출신의 인쿠시를 영입한 것. 인쿠시 역시 19일 GS칼텍스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인쿠시는 공격에선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수비가 너무도 불안하다. 리시브 효율이 3경기 평균 11.54%에 그치는데 이는 공격으로 벌어놓은 점수를 모두 까먹는 것 이상의 저조한 수치다.

공격력에 비해 수비에서 크게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인쿠시. (KOVO 제공)

국내 공격수인 이선우의 리시브도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선우와 인쿠시가 동시 출격하는 경우엔 수비가 완전히 무너지는 경우가 잦다.

뚝심있게 인쿠시를 기용하던 고희진 정관장 감독도 28일 IBK기업은행전에선 첫 두 세트를 내준 뒤 3세트부터 수비가 좋은 박혜민을 투입하기도 했다.

인쿠시는 이제 만 20세에 프로 무대를 처음 경험하는 선수다. 흥행을 기대할 수는 있어도 애초 '게임 체인저'는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불안한 수비는 인쿠시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관장 팀 전체가 리시브 효율(21.71%), 수비(세트당 24.2개)에서 모두 리그 꼴찌에 머물 정도로 심각하다.

리시브가 흔들리니 세터의 토스도 부정확해지고, 공격까지 연쇄적으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 (KOVO 제공)

정관장의 주포 엘리사 자네테는 경쟁 팀 외인에 비해 활약이 다소 저조한데, 수비 불안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정호영과 박은진의 미들블로커진 역시 리그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진용이지만, 리시브가 불안하니 속공 사용 빈도가 줄어고 있다. 팀의 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살리지 못하는 셈이다.

애초 지난 시즌 정관장의 돌풍은 메가와 부키리치의 '쌍포'에서 기인한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이들의 화력이 불안한 수비를 비롯해 약점을 상쇄했다.

팀 전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진 올 시즌은 결국 기본기, 수비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 꼴찌로 새해를 맞이할 정관장이 다시금 새겨야 할 부분이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