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가 부진의 원인"…삼성화재, 외인 사령탑 찾아 나섰다
최근 수년간 하위권 전전…삼성 출신 '순혈' 고집 비판도
"모든 조건 열어놓고 신중히 검토…서두르지 않을 것"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창단 이래 최대의 위기에 빠진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간 고집스럽게 유지해 온 '순혈주의'를 내려놓은 채 모든 조건을 열어놓고 새 감독을 물색한다는 계획이다.
삼성화재는 24일 현재까지 진행된 진에어 2025-26 V리그 남자부에서 2승15패(승점 8)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삼성화재가 마지막으로 승리한 건 11월8일 KB손해보험과의 홈 경기(3-1)였다. 이후 한달 반의 기간 11번의 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도 승리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지난 18일 KB손해보험에 0-3으로 패해 10연패에 빠지자, 이튿날인 19일 김상우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삼성화재 역사상 시즌 중 감독이 물러난 첫 사례다.
삼성화재는 '만 36세'의 젊은 고준용 코치에게 감독대행직을 맡기며 팀 수습에 나서고 있다. 고준용 감독대행은 23일 지휘봉을 잡고 첫 경기에 나섰지만 한국전력에 2-3으로 패배, 삼성화재의 연패 숫자는 '11'로 늘었다.
V리그에서 가장 많은 8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지만, 최근 몇 년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삼성화재는 신임 감독 선임 작업에 골몰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그간 감독 선임에서 '순혈주의'를 고집해 왔다.
팀 창단부터 무려 20년간 지휘봉을 잡은 신치용 감독이 2015년 물러난 이후, 임도헌 감독을 제외하고 신진식, 고희진, 김상우 감독 모두 삼성화재 한 팀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다.
현재 감독대행을 맡고 있는 고준용 코치 역시 선수 생활과 지도자 생활을 모두 삼성화재에서만 했다.
유일한 예외인 임도헌 감독도 선수 은퇴 후 10년 가까이 신치용 감독 밑에서 코치 생활을 한 뒤 내부 승격된 케이스다. 그는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 대표팀 감독 등을 맡았다가 올해 단장으로 다시 삼성화재에 복귀했다.
일각에서는 삼성화재의 고집스러운 감독 선임이 침체기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 팀이 외국인 감독 선임 등 과감한 변화를 꾀하는 반면, 삼성화재는 여전히 예전의 영광에 취해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V리그 남자부 7개 팀 중 외인 사령탑을 선임한 적이 없는 팀은 공기업인 한국전력(권영민 감독)과 삼성화재 두 팀뿐이다.
세계적인 명장으로 통하는 필립 블랑 감독을 선임한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트레블(KOVO컵·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고, 2020년대에만 4차례 챔프전 우승을 달성한 대한항공은 최근 3명의 사령탑이 모두 외국인(로베르토 산틸리, 토미 틸리카이넨, 헤난 달 조토) 지도자들이다.
팀이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내는 가운데, 삼성화재도 더 이상 그간의 전통을 고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외국인 감독 선임을 비롯해 모든 조건을 열어놓고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 만큼, 구체적인 기한 등을 정해놓지는 않았다.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도 감독 선임에 특별한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선임 결과가 그렇게 된 측면이 있었을 뿐 '순혈'을 고집한 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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